"뭉쳐야 산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첫발 뗐다

이용섭 시장·김영록 지사, 통합시기 등 6개항 합의
인구 328만명·지역총생산 115조…시도 상생 신호탄
내년 1월 광주전남연구원서 용역착수…과제도 '산적'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12월 03일(목) 15:09
(2020년 12월호 제91호=글 이현규 기자) ‘뭉쳐야 산다’
최근 전국 광역시·도마다 이웃한 시·도끼리 "행정구역을 합치자"며 ‘행정통합’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수도권에 맞서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접 광역시·도끼리 통합해 인구와 경제규모를 불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경북도와 함께 광주시·전남도가 ‘행정통합’의 선두에서 활약 중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통합 논의에 합의하고 추진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광주 146만 명·전남 186만 명 등 소규모 자치단체로는 수도권 블랙홀을 막아낼 수 없고 낙후와 인구 소멸의 문제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주요 내용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용섭 시장 행정통합 최초 제안…전남도 화답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9월 10일 광주시청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대비 광주의 대응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광주·전남 통합문제를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한국 고용정보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8개 시·군이 30년 내 소멸위험지역으로 포함돼 있고 대구와 경북의 경우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이 시장은 "광주·전남은 천 년을 함께해 온 공동운명체"라며 "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고 지금처럼 사안마다 각자도생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다"고 행정 통합을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하루 뒤 전남도는 즉각 화답 했다.
대변인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시·도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하고, 이를 위해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제안도 했다.
전남도는 "광주·전남은 역사적으로나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한뿌리로 공동 운명체다"며 "양 시도 통합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위기, 낙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전남도는 과거 시도 통합 무산사례를 언급하며 여론수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남도는 "민선 1기인 지난 1995년부터 3년간, 2001년 도청 신청사 착공을 앞둔 시점 등 2차례에 걸쳐 통합을 위해 적극 노력했으나 안타깝게 무산된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전남 통합은 시·도민, 시민·사회단체, 시도 의회 등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상생과 번영을 위한 지혜로운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섭 시장·김영록 지사, 시·도 행정통합 공식화
행정 통합과 관련해서는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 긍정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놓고 의견 충돌이 발생, 행정 통합이 어려워 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11월 2일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양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적 역량 강화를 위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극적(?)으로 합의하며 시·도 행정통합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통합 시기를 비롯해 통합 청사 소재지 등 그동안 쟁점이 됐던 사항들에 대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합의문은 6개 항목으로 시·도 통합 논의 대원칙과 로드맵 등이 담겨 있다.
우선 광주·전남 통합의 큰 틀은 민간 중심으로 추진되고 광주시나 전남도 등 행정조직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갖춘다.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 방법은 광주전남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아 결정하기로 했다. 연구용역에는 경제공동체 구축 등에 대한 방안이 포함된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용역이 끝나면 6개월의 검토·준비 기간 뒤 광주시와 전남도의 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도민들의 공론화를 거친다.
양 시·도는 통합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재정지원 확보 등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광주시와 전남도가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통합 청사의 위치 결정은 보류하고 각 청사를 활용해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양측이 갈등을 보이는 지역 주요 현안이 광주·전남 통합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통합논의는 두 지역의 주요 현안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조항을 합의문에 넣었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정치·경제·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행정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화합과 소통 속에서 논의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소수의견이 존중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행정 통합이 어느 한 시도나 어느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전남도는 통합논의에서 전남도민이 더 잘살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는지에 우선해서 검토하면서 양 시·도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번 시·도지사 간 합의는 새로운 광주·전남 시대를 열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우리의 손에 광주·전남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광주·전남의 상생과 동반성장에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행정통합시…인구 330만명 ‘초광역 지자체’ 탄생
시·도 통합이 이뤄진다면 광주·전남은 인구 33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15조 2300억 원의 초광역 지자체로 거듭나게 된다. 대구·경북(512만, 165조), 부산·울산·경남(790만, 274조), 세종·대전(182만, 52조), 인천·부천·시흥·김포(472만, 133조) 등과 최소한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다.
프랑스 ‘레지옹’(광역지자체)과 일본의 행정개편 등 세계적 추세인 지자체 초광역화와 메가시티 건설, 소지역주의 탈피와 갈등 해소와도 궤를 같이한다.
330만 통합인구를 등에 업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입김이 세질 수 있고, 지역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행·재정적 낭비와 중복투자는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지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구조개편이 시급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답할 수 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연구용역 내년 1월 착수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첫걸음인 연구용역은 빠르면 내년 1월 착수된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용역 기간 1년, 검토·준비 기간 6개월을 거쳐 시·도 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행정통합을 논의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연구용역은 내년 1월부터 1년 간 광주전남연구원이 맡을 예정이다.
연구원 안팎 10명가량 연구기획단, 시·도가 추천한 20명가량 연구자문단이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용역에서는 통합의 타당성, 국내외 사례, 통합 방식별 장단점, 시·도민 의견 조사와 공론화 방법 등을 연구한다.
이와 관련, 광주시·전남도·광주전남연구원은 최근 공동 연구용역 준비를 위한 첫 실무회의를 열고 용역 진행 방안 등을 협의했다.
광주시는 대구·경북의 기본 구상·계획 용역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아 이후 공론화위원회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남도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법률안 등 대안을 마련해 시·도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전남연구원은 행정통합뿐 아니라 경제통합 등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용역 후 6개월간 논의, 공론화 과정에서 구체적 방침이 드러나면 그에 맞는 법, 제도 정비를 위한 실시계획 용역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넘어야 할 산 ‘첩첩’…가시밭길 걸어야
행정통합을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쌓여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맡을 1년간의 장기 연구용역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시·도민 의견 수렴, 정치권과 시민사회, 공직 종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까지 가시밭길이 만만찮다. 민선 7기 들어 시·도 상생발전위원회가 단 두 차례만 열렸고,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아예 열리지 않은 점, 민선 1기 1995년과 민선 2기 2001년에 통합 논의가 잇따라 무산된 전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완전 통합은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도 2020∼2022년 통합 준비기를 거쳐 2030년 통합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도시 위상과 관할 확대에 따른 주민자치 저하, 인사·재정권 재조정에 따른 힘겨루기, 도·농 불균형, 여기에 세수 감소와 기초의회 소멸에 따른 풀뿌리 약화, 공직사회 반발, 소모적 논쟁 시 예상되는 비난 여론 등도 걸림돌이다.
특히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광역시가 특례시로 격하되고, 이에 따른 공무원들의 신분 변동과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도 숙제다. ‘아니면 말고’가 되지 않기 위해선 "상생과 신뢰가 급선무"라는 목소리 역시 높다.
지역 관가 관계자는 "준비 안 된 통합논의가 뒤늦게 본궤도에 오르긴 했으나,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시작이 돼선 안 된다"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막을 내릴 경우 결국 정치적 이해 타산에 따른 행정낭비 논란만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면서도 꼼꼼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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