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자극 ‘메시지’…"설득의 힘 통했죠"

이사람 (전국웅변대회 ‘대통령상’ 수상 전지연씨 )
입문 6개월 만에 이룬 쾌거·스토리텔러로 ‘두각’
예순 살에도 끝없는 도전·웅변 부문 활성화 앞장
더불어 사는 세상 그려…"사회 멘토 역할 하고파"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12월 28일(월) 15:22

(2021년 1월호 제92호=글 박세라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6분30초 동안 무대에서 객석 한명 한명에 눈을 맞추고, 진심을 전했다. ‘남과 북은 자주 자주 만나야 합니다’란 핵심을 말할 때는, 호흡을 한 번 더 가다듬고 한 자 한 자 더 공을 들였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내지르는 게 아니라, 정교하게 소리를 컨트롤하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냈다 싶었을 때,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어제의 나를 뛰어 넘고 싶었다"던 전지연 ‘바로연’ 대표가 이뤄낸 또 하나의 결실이었다.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후원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실현 및 평화통일 염원을 위한 ‘제25회 전국웅변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결혼정보회사 바로연의 CEO이자 청렴사회를 꿈꾸는 (사)부패방지국민운동광주총연합회장으로 또 광주·전남 미스코리아대회위원장 겸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지 6개월 여 만에 안은 영예다. 11월의 마지막 날 그의 사무실을 찾아 그간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2020년 상반기, 전 대표는 사실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멈춤의 시대’에서 그 역시 우울을 떨치기 어려웠다. 특히 한시도 쉬지 않고 사회활동을 해 왔기에,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휴지기에 적응이 어려웠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치 못했던 때 그는 우연히 웅변이란 장르와 마주하게 된다.
 "처음 웅변에 발을 딛고서, 웅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웅변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꽥꽥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웅변은 설득의 과정이자, 감성을 자극하는 스피치예요. 기승전결을 갖춘 좋은 이야기꾼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짜 웅변가가 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웅변에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 숱한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강단에 올라 ‘말’로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텔러로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웅변에 입문해 곧바로 출전한 ‘제5회 세계한민족 통일학술세미나 및 4·19통일웅변대회’에서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이 같은 깊은 내공 덕이다.
 장관상을 앞에 두고 전 대표는 한 가지 문장을 가슴에 새겼다. 앞서 소개한 "어제의 나를 뛰어넘고 싶었다"가 그것이었다. 나이 60줄에 웅변이란 장르 개척에 나선 그는 낯섦에서 오는 두려움보다 새로움에서 오는 설렘이 더 컸다. 곧바로 동네방네에 소문을 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한 제 자신과의 약속이자 굳건한 다짐이었다. 그가 움직이자 광주전남웅변스피치협회에서도 이사장직 제안이 왔다.
 "적어도 이사장이란 직함을 받기 위해서는 몸소 체험해보지 않을 수 없었죠. 실제 활동을 해야만 현장에서 어떤 게 부족한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침체된 웅변 부문에 활력을 돋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어요. 문외한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는 없죠. 제가 웅변에 열심히 천착한 이유입니다."
 그는 뭐든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쩌면 ‘직’(職·임무)이 주는 무게를 지혜롭게 견디는 그만의 해법인 셈이다.
 "실질적인 체험 없이 ‘감투’만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해가 부족한 채 이뤄진 지원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이사장이란 직함에 발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했죠."
 대통령상이란 값진 결실을 얻기까지, 그는 남모르게 노력을 했다. A4 네 장 분량의 원고를 싱크대 문짝에, 화장대 거울에, 화장실 문 앞에도 붙여뒀다. 출전 전까지 쉴 틈 없이 원고를 외웠고, 잠자리에 누워서 계속 연습을 했다. 대회 날 밥 먹으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도시락을 싸갔다고 하니, 그의 절치부심이 온전히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주위 사람들은 말했다. "그 나이에 큰 소리가 나오느냐"고. 전 대표는 이를 웅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이라 말한다.
 "아마 웅변하면,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하면서, 한손을 쭉 내뻗는 장면을 떠올릴 겁니다. 실제로 옛날에는 음향시설이 좋지 않아 연사가 크게 소리를 쳐야했을 뿐 아니라, 관중을 압도하는 것이 성공한 연설이라고 여겨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선 감성을 자극하는 것, 그리고 눈을 맞춘 긴밀한 소통이 가장 중요해요. 결국 웅변은 ‘메시지’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거든요."
 지금에야 스피치 학원으로 그 모습을 바꿨지만 과거에는 웅변학원이 성황을 이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젊은 시절에 웅변학원을 운영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당시 학원에서는 웅변을 통해 제 생각을 뚜렷하게 전하는 방법, 또 무대에서 떨지 않는 용기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그도 소리를 내지르는 쪽을 택했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목에 무리가 왔다. 날달걀을 연이어 세 개나 까먹고, 목에 좋은 배즙을 마시면서 스스로 깨우쳤다. 소리만 지르는 게 정답이 아님을 말이다.
 바로 원고에다, 연극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글에서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데 집중, 듣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한 것이다.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설득력있는 연설이 완성돼 가는 과정이었다.
 대회 날엔 아들 두 명과 동행했다. 60이란 나이에 여전히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제 몫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아들들이 말했다. "엄마 실력이 압도적이었어요"라고. 전 대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최고상을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대통령상이라는 그 결과보다 또 해냈다는 그 충만함이 전 대표를 웃음짓게 한 것이다.
 앞으로도 전 대표의 열정적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부패방지국민운동’의 활동에 기지개를 켠다.
 시민들과 얼굴을 맞대는 가두 캠페인은 여러 상황 상 잠시 중단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회의로 활동 계획 및 점검 사항 등을 살피고 있다. 또 연합회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왔던 나눔·봉사 활동은 지역 사회의 소외계층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하는 일에 대중이 없다고들 해요. 부패방지연합회 활동, 미스코리아대회위원장, 이번에 웅변협회 일까지. 하지만 저는 이 다채로운 활동의 영역들이 모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자, 사회의 든든한 멘토로서의 역할을 다 해내고자 하는 제 고집인 것이죠.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를 꿈꾸는 국민운동은 계속해서 판을 키워나갈 계획이에요. 또 광주전남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발굴, 지원하는 미스코리아 대회도 내실있게 준비해 나갈 작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봤다는 ‘슈퍼포도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포도나무는 그 이름처럼 거대하다. 한 그루에 무려 4500송이의 포도를 길러내,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포도나무 주인은 ‘나무를 기른 게 아니라 토양을 가꿨을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농부는 본 나무에서 100m, 200m 떨어진 곳에다가 물을 줬다고 해요. 나무가 그 물을 먹기 위해서 뿌리를 뻗을 것이라 믿은 것이죠. 스스로 제 살길을 찾은 포도나무에게서 생명이 가진 경이로움,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고, 심적으로도 우울한 시기죠. 격변의 상황 속에서 제 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도전과 열정으로, 더 나은 내일의 사회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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