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 살리는 데 한 마음"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04일(목) 17:57
(2021년 3월호 제94호=글 박세라 기자)
광주의 한 카페에서는 다 쓴 우유팩 등을 깨끗이 씻고, 펴서 볕에 말려둔다. 정갈히 보관해 둔 우유팩은 주에 1~2회 찾아오는 마을활동가들이 수거, 마을마다 마련해둔 ‘종이팩 정거장’에 모아둔다. 일정량의 종이팩이 모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해 마을의 필요한 곳곳에 기부된다.
 이게 될까? 싶은 기획들이 실제로 되고 있다! 의문이 깃든 ‘물음표’의 힘보다, 공감을 이끄는 ‘느낌표’의 힘이 더 강해서다. 이 같은 수고로운 일에 동참하는 광주의 카페만도 100여개가 넘어가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모범적인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는 이름하야 ‘카페라떼클럽’이 진행하고 있는 ‘마을과 함께하는 종이팩 분리 배출 실험’이다. 김지현·이세형씨가 기획한 ‘카페라떼클럽’의 프로젝트는 2019년 여름 첫발을 떼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처음 이를 시도했을 땐 주변에서조차 "이게 되겠어?" 걱정 어린 질문들을 받았다. 하지만 양림동·송정동 카페 20곳에서 시작해 현재는 광주 전역에 퍼져 100여개가 넘는 카페·빵집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집중해 왔다. 아마 이 문구를 보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을지 모른다. 종이팩이 종이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실제 우유·두유·주스 등이 담긴 포장지의 겉면을 들여다보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재활용 자원임을 뜻하는 ‘세모’ 안의 텍스트가 종이팩으로 분류돼 있다. 일반 박스 등에 새겨진 ‘종이’와는 또 다른 분류다.
 이세형씨는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달리, 자원의 해리 과정에서 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다른 종이류가 모두 분해되더라도 종이팩은 덩어리째로 남아있어 결국 폐기물로 처리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열심히 분리배출을 했더라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기획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먼저 (재)숲과나눔에서 진행하는 시민 아이디어 지원 ‘풀씨’ 사업에 공모했다. ‘카페라떼클럽’의 뜻에 크게 공감해준 재단의 지원 아래, 5주간의 실험에 돌입했다.
 먼저 카페의 문을 두드리는 게 우선이었다. 종이팩의 주 종류인 우유팩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동네의 카페들이었기 때문. 사장님들께 ‘카페라떼클럽’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렸다.
 우유팩을 씻고, 펴서 말리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에, 참여를 권하는 것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종이팩 분류를 몰랐던 때와는 다르게, 알고서는 그 뜻에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많았다. 처음 우유팩을 수거하러 갔을 때와 그 이후의 변화들이 피부로 체감됐다. 난색을 표하면서 힘들어하던 이들도, 오히려 ‘습관’이 되니 마음도 편하고 기분도 좋다며 활동가들을 격려해 줄 정도였다.
 현재 카페라떼클럽은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징검다리배움터 늘품’, ‘일곡마을회의’, ‘하리지운’, ‘달빛트와이스’ 등 각 자치구별 마을 팀들과 함께 하고 있다. 광주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서울, 의왕, 용인, 화성 등에서 카페라떼클럽의 모델을 활용하겠다는 문의도 빗발친다.
 사실 종이팩의 분리배출은 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김씨가 씻어 말려놓은 우유팩을 직접 보여주는데, 놀랍다.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게 말려져 몇 달을 보관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들은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정성으로 하고 있다"면서 "화장지로의 가치 교환만을 본다면, ‘기회비용상’ 할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이팩의 분리배출이 손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싶더라도, 씻어 말려놓은 종이팩을 쉬이 분리배출할 수 없다면 그 ‘품’들은 무용지물이 될 터다.
현재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지 1~2롤로 교환해주는 종이팩의 최소 단위는 1kg이다. 1000ml 우유 기준으로 35개 분량인데, 가정에서 모아 내놓기에는 버거운 수치다. 종이류와는 별도로 종이팩류 배출함이 곳곳에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성공적인 실험 끝에는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다.
 김지현씨는 "자원순환문제를 논하는데 있어 1순위가 종이팩이 됐다. 실제 광주 각 자치구에서도 종이팩을 화장지로 교환해주는 방식에서, 건전지나 쓰레기종량봉투 등 필수 생활용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아파트에도 ‘종이팩류’ 분리배출함이 생겨나고 있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각 지자체들은 자원순환 회수를 담당하는 기계를 곳곳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계의 특성상, 모범적인 종이팩 분리 배출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종이팩을 배출할 때 깨끗이 펴서 말린 게 아닌 한, 의미가 없다. 잘못 배출된 팩 한 두 개가 부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재는 종이팩 분리 배출의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게 우선이라, 올바른 일상 속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활동 소식을 들은 광주 선창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12월 ‘지구환경지킴이 캠페인’을 열고, 종이팩 모으기 행사를 진행했다. 저마다 집에서 모은 종이팩을 가져왔는데, 일주일도 안돼 1000여개의 종이팩을 모을 수 있었다.
이씨는 "집이나 카페에서는 물론이고, 각 단체가 자기들의 공간에 맞춰 종이팩 분리배출에 동참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새로운 마을로의 확장을 꾀했는데, 코로나19 탓으로 활동에 제동이 걸렸었다. 올해는 종이팩의 완전한 분리배출의 데이터, 정책 공부 등을 통해 프로젝트의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활동의 첫발을 내딛게 해 준 (재)숲과나눔의 풀꽃사업에 올해 다시 선정되는 경사도 맞았다. 이를 기반으로 김지현,이세형씨는 마을 팀들과 함께 카페라떼클럽의 내실화를 위해 뛸 생각이다.
특히 누구나 쉽게 종이팩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청소년센터·마을주민공간 등 시민들의 접근이 쉬운 곳들에 ‘종이팩 정거장’을 설치하는데 주력한다. 종이팩 정거장의 위치를 파악, 맵핑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페라떼클럽의 종이팩 분리배출 모델을 적용·시도하고픈 기관 및 마을공동체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사례 공유를 지속하고, SNS 채널을 통해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이어간다. 이 같은 활동 내용을 아우르는 홈페이지는 3월 말 오픈, 운영할 생각이다.
 그 중 카페라떼클럽 프로젝트 확대와 공공일자리를 연계한 정책 제안이 눈길을 끈다.
 이세형씨는 "카페에서 활용되는 종이팩을 관리·수거하는 업무를 공공일자리로 채운다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일자리의 활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구 환경을 살리는 이들의 발걸음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두 기획자의 활동 무대가 되고있는 송정동 소재 ‘카페 이공’에 제로웨이스트 숍이 지역 최초로 문을 연 것. 제로웨이스트 숍은 불필요한 포장지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플라스틱·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제품들만 판매하는 착한가게다.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만든 칫솔, 별도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치약·샴푸·린스, 면 생리대, 삼베로 만든 커피 필터,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화장 면 패드 등이다. 지난해 10~12월 팝업스토어 ‘한걸음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2000여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지구환경을 고민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20일 공식 오픈을 했고,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동참하는 등 착한 소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또 ‘종이팩’ 뿐 아니라 유리병, 병뚜껑, 신발 끈, 실리콘 등의 자원들을 모으는 ‘우리 동네 회수센터’도 운영 중이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회수센터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종이팩이 화장지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병뚜껑은 치약짜개로 만들어지고 운동화 끈은 주머니나 에코백의 끈으로 새 쓰임을 얻는다. 말 그대로 쓰레기기 될 뻔한 자원들의 이로운 변신이다
김지현씨는 "카페라떼클럽의 실험은 종이팩 분리배출, 나아가 자원 선순환 모델 한 케이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들을 올바르게 분리배출, 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라며 "지속적인 ‘이슈파이팅’을 통해서 일상의 변화들을 일으켜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페이지 ‘카페라떼클럽’이나, 인스타그램( @cafe_latte_club),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활동 관련 문의는 이메일(cafelatteclub@naver.com)로 보내면 답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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