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트렌드 이끌어…"뷰티 산업 밸리 꿈꿔"

이사람(이숙자 중앙헤어스튜디오 원장)
1982년 데뷔 후 ‘한 길’·2020광주시 명장 선정
주경야독 하며 현장 기술 개발·전문 서적 발간
"미용업계 발전 위한 연구·후학 양성 힘쓸 것"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04일(목) 18:10
(2021년 3월호 제94호=글 박세라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

고데기 두 자루를 쥐고 꿈꿨던 헤어디자이너로의 삶이 어느새 40여 년을 맞았다. 수없이 많은 이들의 머리를 매만졌고, 고객들의 어여쁜 변신을 지켜보면서 "미용하기를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지나온 자리들을 돌아보니, 열심히 내달려온 만큼 삶의 마디마디에 귀한 결실이 영글었다. 지난해 우수숙련기술자로 이름을 올렸고, 또 광주시 명장으로 선정되는 겹경사도 맞았다. 1982년 미용계에 데뷔,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이숙자 중앙헤어스튜디오 원장 이야기다.
이 원장의 미용 입문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고, ‘무엇을 하며 밥벌이를 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주어진 것이 바로 고데기 였다. 동네 아주머니가 앞으로는 미용 시장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며 그에게 미용 기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손님들로 북적이던 미용실을 보여주면서 한 말이라, 크게 와 닿았다.
그는 두 번 생각 않고, 미용 기술을 배우러 다녔다.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손’을 쓰는 일이 싫지 않았던 참이었다.
"아주 어려서 아궁이 부지깽이의 잔열로 머리를 돌돌 말고 놀던 기억이 있어요. 아카시아 꽃줄기로도 머리 모양을 내보았죠. 웨이브 진 제 머리카락을 보고 가족들이며 어른들이 ‘참 손재주 좋다’고 칭찬했었죠. 그런 기억들이 미용계에 입문하는데 있어 단단한 용기를 줬던 것 같아요."
당시 광주 금남로에 미지미용실에서 보조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 씨의 손놀림이며 바지런함을 본 업계 선배들은 전국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갈 것을 적극 추천했다. 광주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해 대회에 출전한 결과 1983년 영예의 금상을 차지했다. 이때 손에 쥔 트로피는 상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대회를 위해 갈고닦은 실력이 이후 그의 미용인생에 큰 밑거름이 돼 줬기 때문이다.
2005년 1월 중앙헤어스튜디오를 열고, 고객들을 맞았다. 미용을 시작 한 후, 한 시도 쉬지 않고 현장에 있었다. 낮에는 고객들과 함께했고,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에는 책을 펴고 책상 앞에 앉았다.
"미용 이론을 공부하다보니,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학문 탐구에 대한 열망이 일었습니다. 이론이 탄탄해야만 더 좋은 서비스를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미용대학에 진학한 이유입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실천한 그는 미용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미용 부문 최초 4년제인 광주여자대학교로 편입해 미용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미용기능장, 이용기능장, 미용기술 강사, 직업 훈련교사 1급의 자격을 갖췄다. 미용에 대한 열정과 끝없는 노력으로 이뤄낸 열매들이다.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특허 출원한 상품도 여러 개다. 이 원장은 파마 컬의 끝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발열집게용 전선텐션장치와 도구 살균 수납장치 ‘츄레이’를 개발했다. 현장에서 몸소 느껴온 불편함이나 한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오래 고민해 온 결과다.
특히 미용 도구를 살균해 주는 수납장치 ‘츄레이’는 코로나19로 개인위생과 관련해 이슈가 된 상황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츄레이’는 쉽게 말해 미용실에서 디자이너가 끌고 다니면서 쓰는 이동식 트레이에다, 자외선 소독기를 장착해 놓은 것이다. 사용한 후 바로, 손쉽게 소독이 가능해서 현장에서 벌써 입소문이 났다.
그의 후배 사랑은 찐하다. 신기술 개발과 서적 출간에 공을 들여온 것도 현장에서 뛰는 미용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뒷받침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쉴 틈 없이 분주한 일상이었지만, 책 발간에 발을 디딘 것은 미용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자료 부재’에 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알음알음 전해 내려오는 현장 기술은 많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학문화 한 작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미용실무형 기본헤어커트, 크리에이티브 업스타일, 뷰티 매니저, 업스타일 총론, 퍼머넌트 총론, 미용학총론, 헤어창작론, 모발미용학 등 모두 8편의 책을 썼다. 미용 현장에서 꼭 필요한 실용서로 꼽힌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달사순 교육을 비롯해 아시아권 미용계의 공식 프로그램인 ‘피봇포인트’ 강사 등 강단에서 후배 미용인들은 물론, 미용 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약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다 함께 잘 되자’는 재능기부의 하나다. 동네의 미용소상공인들이 잘 돼야만 미용업계 전반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그의 오랜 생각이다. 헤어커트는 물론이고, 헤어아트·업스타일·고전 머리 등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다.
이 원장은 광주 미용업계에 전국 트렌드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미용장협회에서 매해 트렌드 연구·발표를 하는데, 이 같은 이슈들이 미용 현장에 발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원장이 전하는 올해 트렌드는 컬러는 파스텔톤의 청·보라·핑크 계열이라 한다. 헤어스타일은 짧은 커트머리와 긴머리로는 자연스러운 셰도우 웨이브를 꼽는다.


그는 미래 뷰티산업의 메카로서 광주에 뷰티산업밸리 조성을 꿈꾼다. 그가 주목하는 곳은 문화전당 일대다. 전당과 충장로 거리, 지하상가 등 기존의 인프라들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뷰티밸리를 이끌어 갈 인력들은 차고 넘친다고 한다.
"뷰티하면 광주를 떠올릴 수 있도록 숍들을 단장하고, 미용인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해야죠. 광주의 미용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실정입니다. 뷰티밸리가 마련된다면 훌륭한 인재들을 광주에 안착시킬 수 있고,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선순환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원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미용 명장 10명 중 2명이 광주에 있고, 광주시 명장을 비롯해 우수숙련기술자, 미용기능장 등 150여 명이 지역에서 실력을 펼치고 있다. 전문 인력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만큼,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밸리 조성이라고 해 대규모 투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인프라들을 최대한 살리면서 재정비, 뷰티업의 미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뷰티산업의 가능성을 본다. 아무리 좋은 기술의 발달도, 사람의 손으로 하는 미용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인공지능이니, 로봇이니 해도 머리카락만은 오직 사람의 손을 타야만 합니다. 더 좋은 미용 서비스를 위한 ‘장비’들은 발전하겠지만, 결국 이를 실행하는 것은 사람일 수 밖에 없죠. 인간의 손으로 완성되는 작업이니까요. 미래의 뷰티산업의 전망이 밝은 이유가 여기에 있죠. 광주시 미용명장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미용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과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선배 미용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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