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일의 문학전문 창작공간 문인들에 각광

현역 시인 김규성 대표 2010년 사비로 오픈 12년째 운영
작가실·독서실·세미나실 등 구비 입소문…건강식 제공
베스트셀러 작가 등 배출…"건강 허락하는 한 운영 지속"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04일(목) 18:12



(2021년 3월호 제94호=글 고선주 기자)

한강 이남 지역으로 유일한 문학전문 창작공간으로 꼽힌다. 미술로 치면 창작스튜디오에 해당한다, 문학공간 역시 창작스튜디오이겠지만 워낙 미술계 창작스튜디오가 활성화돼 그 분야 고유명사처럼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장르간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면 당연히 거기에 따르는 용어 또한 다른 장르에 밀린다는 것을 입증한다. 현실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장르는 관련된 대표 명사들을 선점하게 된다. 후발 주자는 다른 용어를 쓰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도 흔히 화가들이 쓰는 용어처럼 굳어져 있고, 창작스튜디오도 미술계 입주시설의 이름처럼 인식되고 있다. 당연히 미술이 강한 지역은 미술이 명칭에 대해 선점을 했다. 하지만 장르간 역전 현상이 있기 전까지는 작가는 문인들의 다른 명칭이었다. 문인을 누구 누구 작가라고 불렀지, 화가를 작가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화가를 화가로 불렀다. 화가들이 스스럼없이 작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내막을 먼저 따져봤다.
창작스튜디오 개념의 문학공간은 극소수만 존재해 더더욱 열세에 처해 있다. 그러니 창작스튜디오라는 명칭을 당당하게 쓰기에는 미술이 아무래도 의식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언급한데는 이곳을 가면 이런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호남권과 충청권을 망라해 문인들이 전문적으로 입주해 창작활동을 벌일 수 있는 현재 유일한 시설인 담양 대덕면 용대리 소재 ‘글을 낳는 집’(대표 김규성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낳는 집’은 광주전남 지역 유일한 문학 전문 입주공간이기도 하다. 전국에는 창작 집필 공간으로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을 비롯해 경기도 이천의 부악문원, 강원도 횡성의 예버덩문학의집 등이 문인들의 입주창작공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이를테면 살림문화재단의 호랑가시나무 창작소나 정읍 고택문화체험관 나만의 창작공간 제공 등의 문학 집필 공간 운영은 단발로 종료되고 말았다. 그만큼 부침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런 가운데 흔들림없이 운영되고 있는 ‘글을 낳는 집’은 광주에 터를 잡고 있던 김규성 대표가 2010년 사비를 들여 문을 열었다. 원래 고향이 전남 영광 백수읍이어서 고향 인근에 터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친구 등 아는 지인들이 많아 혹여 창작에 집중하기 어려울까 염려돼 생면부지의 담양에 터를 마련,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문을 연지 햇수로 12년째를 맞은 이곳은 이제 문학 전문 창작공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름도 널리 알려져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담양 창평에서 대덕으로 이동했으면 쉽게 도착했을 길을 내비게이션 말을 따라 고속도로로 진입했더니 옥과 IC를 안내해 그곳을 통해 이동했다. 48km가 찍혔다. 곡성 오산면이 나오고, 화순 백아면까지 나온다.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2월6일 토요일 오후의 일이다. 도착하고서야 내비게이션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했던가. 모처럼 시골풍경을 실컷 구경하는 기회가 됐다. 고생스러웠지만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곳의 느릿느릿 변화해가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코로나19 나홀로 시골 여행이 됐다. 입구에 도착하니 ‘글을 낳는 집’ 명패가 손가락질을 하며 안내했다. 김 대표가 잔디마당으로 꾸며진 마당에 나와 필자를 맞이했다. 안주인의 장부터 발효식품 등을 담은 항아리들도 줄지어 필자를 맞이했다.
비좁은 시골 시멘트길을 따라 들어가니 글을 낳는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진돗개의 혈통이 섞인 검둥이 두 마리가 사납게 짖어댔다. 요란스러운 사람맞이였다.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한번 방문해야지 했던 것이 자그마치 10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외형은 사진 속 모습과는 다소 바뀌어 있었다.




본관에 해당하는 건물로부터 둥근 장식으로 휘둘러 있던 처마장식물같은 것이 일부만 남고 나머지는 철거됐다. 그래서 과거 사진에서는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붙잡곤 했었다. 둥근 처마 장식이 뜯기워진 대신 마당에는 항아리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고만고만한 항아리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영락없이 따뜻한 고향 정경이었다. 이 항아리들은 김 대표의 음식 솜씨 좋은 사모께서 ‘세설원’(洗舌園)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효소와 식초를 연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항아리들은 효소와 식초의 증거들로 보였다. 창작 공간 건물과 항아리가 묘한 조화를 이뤄 꽤 운치가 있었다. 이곳의 식단을 두고 ‘세설원 정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입주작가들의 건강을 생각한다. 작가들의 건강을 잊지 않는데는 실제 입주작가 중 건강이 망가져 찾아온 작가들에 대한 기억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본관에 해당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에 세워진 책꽂이에 빽빽이 꽂힌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창고를 포함해 3개 동의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에는 예비로 마련돼 있는 입주공간 1곳을 포함해 입주작가실 총 8실이 있고, 현재 7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창작실 및 숙소 7실, 식당 2실, 독서실, 휴게실, 세미나실 등이 구비돼 있으며, 산책로까지 연결돼 오랜 창작으로 지친 입주작가들의 힐링공간 역할도 다하고 있다. 서재에는 자그마치 7000여권에 이르는 도서가 구비돼 있다. 지난해에만 44명의 작가가 이곳을 거쳐갔다고 한다. 이곳에 입주하는 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가도 배출했을 정도로 문학 창작공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글만 쓰는 것은 아니고 틈틈이 인근 주민들과 문학을 매개로 소통에 소홀히 하지 않았고, 담양 지역 학교를 방문해 ‘찾아가는 문학’도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문학공간 운영자로 살아온 지 12년의 세월은 눈코뜰새없이 분주한 일상의 계속이었다. 그동안 12년은 작가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고, 한가하면서도 바쁜 시간이었지만 결국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게 김 대표의 귀띔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회에 빚만 졌는데 환원하는 느낌이 든다고 술회했다.
이런 김 대표가 겪은 어려움은 10년이 넘다보니 편안하게 추억할 수 있는 것이 됐지만 개관 이후 초창기에는 자기부담이 많았다고 전한다. 재정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말못할 고충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0만원의 작은 예산을 가지고 시작해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런 어려움이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고, 적응이 되다보니 괜찮다는 반응이다. 운영을 최대한 하되 부족한 부분만 지원 요청을 해 해결하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몇몇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올해 1월과 2월은 자부담으로 운영했다. 이는 이곳을 무리없이, 멈춤없이 운영하고자 하는 김 대표의 소신 덕분이었다. 그의 문학 전문 입주공간에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 대표는 다른 욕심보다는 창작 성과 및 창작 분위기 조성, 작가들의 건강 증진 등을 꾀하면서 집필 환경을 온전하게 이끌고 나가는 것이 계획이다.
그는 "처음에는 문학 관련 입주공간이 당대 흐름 따라 많아 운영됐지만 자기부담이 느는 등 예산문제로 등으로 인해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면서 "저 역시 창작인이다보니 입주작가들로부터 창작적 자극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곳에 입주한 젊은 작가들로부터 많이 배운다. 제가 즐거워서 하고 있는데다 집사람도 즐거워 하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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