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 위기 맞은 ‘미얀마 민주주의 봄’에 연대 표했다

문화특집(‘미얀마 민주화 항쟁’ 지지 나선 예술계)
광주전남작가회의, ‘릴레이 연대시 운동’ 전개 나서
5·18과 닮은 꼴…시 작품 통해 강한 연대의식 표해

생명평화 미술행동 ‘군부쿠데타 규탄 순회 전시’ 진행
상황극·퍼포먼스 펼쳐, 광주민미협도 공감…5월 목포서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31일(수) 15:37

(2021년 4월호 제95호=글 고선주 기자)

미얀마 군부쿠데타가 2월1일 일어난 뒤 거리에서 두달 넘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투쟁에 나선 미얀마들의 민주화 항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예술계가 나섰다. 쿠데타 군부세력의 무자비한 살육이 만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인들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으면서도 매일 투쟁을 벌여 나가고 있다. 미얀마의 현실이 평화로 전화되고 어렵게 쟁취된 미얀마의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 문학과 미술 등 예술가들이 저마다 방법으로 연대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인들과 미술인들이 전개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 항쟁 지지와 연대의 자취를 정리, 소개한다.

먼저 문단은 ‘릴레이 연대시 운동’을 지난 3월 돌입해 예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한국에서 전두환 군부에 의한 광주학살사건이 있었습니다. 2021년 2월, 미얀마 시민들이 그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중략…/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이는 지난 3월5일 한국작가회의 국제위원회가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 버마민주민족동맹-협력위원회 등과 함께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한 성명의 일부다. 지역의 문인들은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격화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그곳의 민주화 항쟁에 힘을 보태고 연대를 표명했다.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이지담)는 5·18광주민중항쟁과 닮아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 한다는 취지로 회원들 중 뜻있는 문인들 중심으로 관련 작품을 모집해 ‘릴레이 연대시 운동’을 지난달 펼쳤다.
작가들은 그곳의 사태가 군부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학살되는 등 과정이 광주와 매우 닮아있다는 점에서 강한 연대의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막 시작된 릴레이 연대시는 김준태 시인을 시작으로 김희수 시인(시 ‘만 리 밖의 함성은 무등에 걸려’)등 작가회의 고문단 작품에서부터 일반 회원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미얀마인들의 항쟁에 함께 보조를 맞춰 나갔다.
5·18항쟁을 대표하는 상징 시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당사자인 김준태 시인은 ‘제비가 날아온다’를 비롯해 ‘미얀마 제비’, ‘미얀마’(Myanmar!) 등 세개의 소제목으로 된 시 ‘미얀마에서 제비가 날아온다-총칼로 권력을 쥔 자는 총칼로 망한다’라는 작품을 통해 강한 연대의식을 발현했다. 이 시는 각각 소제목이 달린 3연 형식의 작품이다.
그는 ‘제비가 날아온다’편에서 ‘자기의 종족을 자기의 민족을/자기의 국민을 총칼로 죽인 자는/총칼로 멸망하리라 그의 무덤에는/풀잎도 돋지 않으리라 아 자기 나라의/아버지와 어머니를 자기 나라의 소년소녀/젊은 청춘들을….자기 나라의 꽃과 새들에게/총칼을 휘둘러 권력을 잡은 자는 저승에 가서/두 무릎에 대못이 박히고야 말리라 그렇다!/…중략…’라고 노래한다.
그는 영어권의 독자들과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영어로도 시를 작성했다.
시집 ‘몽유진도’를 펴낸 바 있는 진도의 박남인(본명 박종호) 시인은 32행에 달하는 연대시 ‘메콩강의 푸른 꽃’을 통해 릴레이 운동에 동참을 표했고, 전남 나주 출생으로 교육현장에서 후학들을 길러온 나종입 시인(봉황고 교사)은 21행의 ‘동백꽃 지던 날’을 통해 미얀마인들의 저항정신에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이지담 회장은 "한국작가회의가 최근 성명을 발표했듯 오늘의 미얀마 사태와 군부의 민주주의 유린이 우리들을 경악시키고 있는 만큼 광주의 양심있는 문인들이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그들과 함께 하자는 연대의식에서 이번 연대시 릴레이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미술계도 미얀마 민주주의 봄 복원을 위한 지지에 나섰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미얀마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 생명보호를 위해 깊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는 한국거주 미얀마인으로 5·18민중항쟁 주제가로 다뤄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현지의 언어로 바꿔 부르면서 보급에 앞장서온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 소모뚜가 3월17일 친필로 적어 전시장에 부착한 글이다. 소모뚜는 26년 전 한국으로 입국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얀부 군부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으며, 2005년 노래패 활동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미얀마어로 불러 현지에 알렸다. 최근 한 방송에서 "지금 총알이 무섭기보다는 깜깜한 미래가 더 무섭다"고 말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쿠데타 군부세력의 인륜을 져버린 유혈진압에 따라 미얀마인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며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예술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생명평화 미술행동은 미얀마 군부세력에 맞서 시위에 나선 미얀마인들에 동조와 지지를 함께 한다는 취지로 5·18민중항쟁 때 투쟁에 나섰던 화가 등 양심있는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지난 3월16일부터 22일까지 광주메이홀에서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는 순회 전시를 열었다.
전시에는 주라영 천현노 전혜옥 주홍 권성연 전정호 홍성민 임의진 고근호(광주), 박성우(목포), 이소담 조덕희 김자영 정정엽 김환영 이성일 이현정 박건 박재동 성효숙(서울·경기 등), 시인 이효복(광주),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지속하고 있는 미얀마 출신 Pyae Song Avng 등이 각각 참여했다.
출품작은 29점이며 각각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촬영에 나선 모습과 상황극 및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 49점으로, 작품 옆에는 사진이 1∼3장 정도가 부착돼 이번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변함없이 연대하고 지지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이들은 3월16일 국립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및 문화전당 등지에서 작품을 들고 상황극과 퍼포먼스를 펼쳤다. 참배를 한데 이어 각자의 방법으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 상황극과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작품들에는 5·18과 전두환, 세 손가락, 수치 여사, 열사, 대동단결, 미얀마의 눈물, 저항하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구호, 유사하게 흘러가는 미얀마 2021과 광주5·18의 상관성을 암시하는 문구 등 평면과 판화, 의류, 타일 등을 재료로 활용해 다채롭게 표현했다. 전시장 벽면 중앙 공동작품에는 홍성담 전정호 박성우 작가가 함께 했다.
유일하게 문인으로 시 작품을 출품한 이효복 시인은 상품 박스용 종이에 새긴 ‘미얀마의 봄’을 통해 ‘나는 지지 않아/곧 피어날 거라 믿어/겨울을 딛고 얼음장 밑에서/돌담 사이로 빙벽을 오르는/찬 눈 속의 홍매화를 보았지//피로 물든 아시아/죽음의 영웅들을 보았지/어둠을 지나/아름답게 피어날 거라 믿어/승리를 믿어/뚝뚝 떨어지는 꽃잎들 일어나/열매를 맺고/세 세상을 이룰 거야/우리들 세상이 올거야/미얀마 미얀마 미얀마/무등의 봄이 온다/미얀마의 봄이 온다’고 노래했다.
이에 앞서 생명평화 미술행동은 지난3월15일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각자 그림을 가지고 가서 피켓 시위와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광주로 내려왔다.
이들은 ‘미얀마2021은 광주1980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아시아의 민주위기로 대검과 집단발포, 그리고 저격병을 이용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의 머리와 가슴을 정조준 살해하고 있다"며 "오월 광주가 승리했듯 오늘 미얀마의 민중들도 기어코 승리할 것이다. 우리 미술행동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의 살인마 군부독재 물러나라’와 ‘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미얀마의 군사정권을 박멸하자’라는 2개항의 요구사항도 더했다.
참여작가인 홍성민씨는 "우리가 5월 항쟁을 겪었던 것처럼 미얀마에서 우리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민주시민들이 승리했듯 미얀마의 민주화도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미얀마 민주시민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초 제주 4·3항쟁 미술제에서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이어 서울로 이동해 4월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소재 나무아트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다시 목포로 이동해 5월 중 김대중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를 지속해갈 계획이다.
이외에 광주민미협은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거치대를 펴놓고 작가들의 작품을 사진 출력해 부착, 또 한 쪽에는 미얀마 민주화 항쟁 현장 사진을 부착, 선보여 미얀마 민주화 항쟁에 공감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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