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자…"일상 속 ‘착한 실천’ 함께 해요"

[화제의 인물] 지구환경 지킴이 정은민·이가은 부부
쓰레기 줍기 활동 하다 ‘제로웨이스트 숍’ 오픈
대나무 칫솔·면 생리대 등 친환경제품만 판매
작은 변화부터 시작…"환경 이슈 장" 꾸미고파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4월 29일(목) 14:49
(2021년 5월호 제96호=글 박세라 기자)

동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건강도 챙기고, 주변 환경을 쾌적하게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산뜻하게 뛰기 시작했으나, 얼마 안 가 멈춰 섰다. 여기 저기 쓰레기가 계속 보여서다. 애초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플로깅’(plogging)을 계획했지만 곧 쓰레기 줍기만 이어졌다. 매주 이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됐는데, 그게 바로 제로웨이스트 숍을 여는 것이었다. 부부가 함께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정은민·이가은 부부(지구상점 대표) 이야기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란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미로, 이곳 ‘지구상점’에는 불필요한 포장지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플라스틱·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제품들만 판매한다. 정 대표 부부는 쓰레기를 줍다가, 아예 애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지구를 위한 숍이란 의미를 담아 지난해 12월1일 오픈했다.
나주혁신도시에 위치해 있는 ‘지구상점’은 가게 외관만 봐서는 "뭐하는 곳이지?"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실제로 몇몇은 들어와서 묻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정은민 대표가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한 일상 속 실천 방안들을 조언해줬다.
제로웨이스트 숍 오픈을 준비하자,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제로웨이스트란 용어조차 낯선 현실에서, 이를 지향하는 용품을 판매하는 게 걱정돼서 였다. 응당 가게라면 ‘잘 팔리는’ 것들을 내놓아야 하지만, 이곳 지구상점은 그렇지 않다. 이곳은 친환경제품들을 소개, "이런 대안용품도 있다. 지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자"는 메시지를 주는 곳이다.
"우리 세대가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합니다. 지구온도가 0.5도만 더 높아져도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해요. 더 늦게 전에,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상 속의 실천들을 함께 펼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죠."
오픈 초에는 ‘이래도 되나?’ 싶도록 찾는 이들이 없었다. 하지만 SNS를 통해 꾸준히 알리고, 소통하다 보니 하나 둘 상점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이 생겨났다. 다들 ‘꼭 필요한 일’이라는 데는 무한한 공감을 보여준다. 칫솔 하나부터 먼저 바꿔볼까 싶어 구매해 가는 이들이 정 부부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지구상점에는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만든 칫솔, 면 생리대, 별도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치약, 샴푸바, 스테인리스·실리콘 빨대, 텀블러,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화장 면 패드, 천연 수세미 등을 판매한다. 또 베이킹소다, 구연산, 천연 세제 등 세제리필스테이션이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저마다 용기를 들고 와 필요한 만큼만 g 단위로 세제를 사갈 수 있다.
사실 애초 ‘편리하고자’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사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다.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즉 그 ‘불편함’까지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꼭 필요한 일이라 강조한다.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하죠. 우리가 쓰던 칫솔이,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이 세상에 쓰레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요? 플라스틱이 나온 지는 50년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이게 정말로 분해되는지 본 사람은 없는 거죠. 플로깅을 하다보면 1980년이라 써진 비닐봉투가 땅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너무나 완벽한 형태로요. 편리하다고 무분별하게 쓴 결과들이 위험한 형태로 우리 삶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죠."
그에 따르면 성인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일회용 빨대가 코에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바다 생물의 배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정 대표는 바닷물에 녹아든 미세플라스틱을 바다 생물들이 먹고, 또 이를 인간들이 먹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플라스틱 먹이사슬’이라할까. 꽤 충격적인 이야기다.




여기다 낮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플라스틱은 각 가정에서는 재활용으로 분리배출을 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9%에 머문다. 깨끗이 씻어 이물질 없이 내놓아야 재활용이 되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서다.
"코로나19 탓에 배달음식이 성업을 이루면서,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플로깅 하면서 돌다보면 화가 날 때가 참 많아요. 보이지 않는 으슥한 곳에는 배달 용기 채 버려진 양심들을 만납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완전히 안 쓸 수는 없겠지만, 깨끗하게 버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죠."
이들 부부는 일상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바꿔나가는 것을 제안한다. 추천 아이템을 묻자, 대나무 칫솔을 권해준다. 몸체가 대나무일 뿐 아니라 칫솔모가 식물성모로 만들어져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설명이다.
문득 정말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사는 부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일회용품 없이 사는 게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비누 하나로 온 몸을 씻을 수 있는 ‘온몸비누’를 사용하고, 한 땀 한 땀 뜬 삼베 수세미로 부엌일을 한다. 혹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땐, 냄비를 들고 가게를 방문해 포장해 온다니,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사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현재 정 대표는 유기농 원단으로 만든 어린이 마스크를 제작 중이다.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은 마스크를 선물하고 싶어서다. 상점 한 편에 미싱기를 놓고, 부단히 연습 중인데 실력이 쌓이면 곧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숍에 ‘형님 격’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알맹상점’의 캠페인에 참여,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용기 어택’, ‘담배꽁초 어택’ 등 일상에서 개선돼야 하는 것들을 콕 집어서 공격적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화장품 용기 어택이란, 기존 화장품 용기를 친환경적 용기로 대체하도록 각 사에 재질 개선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담배꽁초 어택도 마찬가지죠. 플로깅에서 가장 많이 줍게 되는 게 담배꽁초인데, 이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요. KT&G에 친환경적 꽁초로 제작,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유해하게끔 유도하는 게 ‘어택’ 프로그램이에요. 앞으로도 제로웨이스트 숍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우리 삶에 제로웨이스트를 친근하게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갈 예정입니다."
‘지구상점’에서 펼쳐 갈 꿈들을 묻자, "할일이 참 많다"고 한다. 단순히 친환경 용품들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서 환경과 관련한 이슈들을 논하는 장으로 꾸미는 게 목표다.
"2050년의 예비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속도로 지구가 파괴되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지를 내다보는 콘텐츠였어요. 최저와 최고 온도의 기온차가 70도가 넘어가고, 그런 지구에서는 배추 한 포기 값이 70만원이 웃돈대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일 것 같지만,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임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의 착한실천으로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려 합니다."


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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