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 연꽃 여름철 황홀경 연출

문화재 다시보기/담양 명옥헌 원림
정자 앞 연못 갖춘 조선시대 대표 민간정원
선비 오희도 기리려 아들이 정자 짓고 식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9월 06일(월) 17:44
(2021년 9월호 제100호=글 여균수 기자)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초 담양 명옥헌 원림에 가면 절정을 이룬 배롱나무꽃과 연꽃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배롱나무 숲에 그림처럼 들어앉은 정자와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 그리고 정자 앞 연못의 연꽃이 어우러져 만든 풍경이 별세계에 들어온 듯하다.
여름 한 철의 짧은 황홀경을 놓칠세라 명옥헌 앞마당은 찌는 듯한 무더위를 마다않는 시민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룬다.
나무 그늘 곳곳에서 카메라에 담거나 포즈를 취하는 시민들은 "좋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명승 제58호인 명옥헌 원림은 담양 소쇄원(명승 40호)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정원이다.
명옥헌의 모습은 조선 선비 오희도(吳希道 1583~1623)가 처음 이곳에 집을 지으면서 시작했다. 벼슬에 큰 관심이 없던 오희도는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의 망재(忘齋)를 지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우고 나무를 심었다. 여름이면 뭇사람을 설레게 하는 명옥헌 배롱나무가 이렇게 심어진 것이다.
명옥헌 원림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 그루가 있다. 이 곳 나무는 우리가 아는 배롱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긴 세월만큼 굵고 높고 넓다.
배롱나무를 부르는 이름도 많다. 꽃이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 줄기를 간지럽히면 잎이 움직인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농부들은 배롱나무꽃이 질 때쯤 쌀밥을 먹는다 해서 ‘쌀밥나무’라고도 불렀다. 한자 이름은 자미화이다.
배롱나무는 서원이나 사찰에서 흔히 보인다. 100일 동안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처럼 끊임없이 학문과 마음을 갈고닦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명옥헌 원림은 연못을 품고 있다. 입구에 큰 연못이 있고, 정자 뒤에 작은 연못이 있다. 조선 시대 정원에 나타나는 방지원도형(네모) 연못으로, 가운데 자그마한 섬도 있다. 옆에 계곡이 있어 비가 온 뒤에는 물소리도 들린다. 계곡 물소리가 마치 옥이 부딪히는 소리 같다 해서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자 뒤쪽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씨로 전해진다.
명옥헌 정자에 ‘삼고’(三顧)라는 글귀의 편액이 걸려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세 차례 찾아온 일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타고 온 말을 묶어둔 은행나무(전남기념물 45호)가 후산마을에 있다.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로, 높이가 30m나 된다.
정자 마루엔 무더위를 피하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에서 누가 보든 말든 마룻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는 사람까지, 정자의 아름다움을 깨뜨리는 사람들이다.
혹여 고즈넉한 명옥헌의 매력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이른 아침에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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