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졌던 세상·사람·마음 잇는다

문득 여행(세상을 잇는 다리들)
천사대교 등 교각 건너며 국내 토목기술에 감탄
고립된 섬 일거에 해소…단절의 삶, 빛으로 안내
규모·장관에 놀라 …신안 등 남도 섬 한류 기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9월 06일(월) 17:53


매거진 ‘전라도인’이 통권 100호를 맞았다. 이번 호에서는 또 다른 공간을 찾기 보다는 그동안 지역을 돌며 접했던 교각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것으로 ,100호 출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다리들이 세상을 잇는 것처럼 우리의 매거진도 세상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또 제1호의 그 마음이 100호의 마음이 됐고, 다시 200호로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기를 소망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문득 여행을 위해 신안 압해도 암태도 안좌도 팔금도 자은도 지도 임자도, 강진 가우도 등 무수히 많은 섬들을 돌았다. 다리들은 오늘날 놀라운 토목의 세계를 펼친다. 그때 드나들며 접했던, 감탄을 자아냈던 다리들로 지면을 꾸민다. 그 다리처럼 끊어진 세상과 사람들을 잇기를 소망하는 마음 때문이다. <편집자주>


21세기 최첨단의 문명이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립된 곳들은 많다. 문명의 빛 밖에서 짙은 그늘로 존재하는 것들은 찾아보면 넘쳐난다. 유·무형적 고립이 우리네 삶을 금방이라도 포박할 듯 에워싼다. 떨어져 있어 그리운 가족, 그리고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만나보고 싶은 친구 등 지인들, 그리고 멀리 해외에 나가 있어 자주 볼 수 없는 사람들 모두 울타리가 쳐진 것은 아니지만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있다.
이 단절이야말로 사는 것이 고립무원 같은 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만든다. 어쩌면 산다는 것이 무수히 많은 단절로부터의 끊임없는 탈출의 연속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 싶다. 떨어져 있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한다는 것, 마음일 수도 있고, 길일 수도 있다. 끊어진 마음을 잇고, 더이상 갈 수 없었던 길을 잇는 것이야말로 단절과 고립의 삶을 빛으로 안내하는 것은 아닐까.
고립무원처럼 홀로 바다에 두둥실 떠 있던 섬들이 그렇다. 그 섬 위에 사는 사람들이 느낄 고립감은 적어도 길로 연결되기 전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깊었을 터다. 길이 없는데 업그레이드 안된 내비게이션이 바다로 계속 안내할 때 그 황당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길이 없는데 앞으로 계속 나가라니, 바다에 빠져 죽으라는 소리인 건가 했다. 어이없는 ‘썩소’가 터져 나왔다. 가끔은 문명이 엉뚱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아예 존재하거나 끊어진 길을 잇는 일은 세상과 세상을 잇는 것이다. 강이 가로 막든, 바다가 가로막든, 우리들의 마음이 가로막든 잇는다는 것은 단절을 극복하거나 치유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섬은 고립의 단단한 의미를 벗고 있다. 육지와 섬을, 섬과 섬을 잇는 다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섬을 더이상 섬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의 놀라운 토목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자연만 거스르지 않는다면 토목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인 듯하다. 섬에 들어갈 때마다 육지와 섬을 연결한 교각을 건넌다. 볼 때마다 놀랍다. 천사대교와 진도대교, 임자대교,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등 근래 들어선 교각들을 보며 문명의 변화를 실감한다, 석교든, 목교든, 철교든 그 어떤 교각이더라도.
교각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모르면 ‘가장 길대’ 등 이런 식의 단편 사실만 나열하고 끝나서 제대로 교각을 이해했다고는 하기 어렵다. 천사대교는 건축학적으로 여러 기법과 기록들이 새겨져 있다.
2019년 4월4일 개통된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다. 천사대교는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명칭이다. 따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명칭을 정했다. 2010년 7월 공사를 시작해 공사 기간만 9년이 소요됐다고 하니 난공사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산만 5814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주행차선은 왕복 2차선 도로로 건설됐다.
길이는 7.22km, 폭(너비)은 11.5m이며 자동차 전용도로로, 상부구조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나의 교량에 사장교와 현수교(압해도 쪽)가 동시에 배치돼 있는 혼합된 형태다. 교량의 암태도쪽은 사장교 형식의 교량으로, 2개의 주탑은 높이 95m, 135m에 달한다. 주탑 정면에는 마름모꼴 형태(가로보)를 새겨 넣어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암태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등 6개 섬이 육지와 연결돼 고립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번 타 본 사람들은 그 규모에 놀라고, 장관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이런 천사대교가 환경문제나 자연 파괴라고하는 극심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반해 여전히 흉물스럽게 자연을 파괴하는 토목들은 지탄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에 역행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자연에 도전하지만 파괴적 토목은 더이상 파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는 것은 아닐까. 자연을 거스르는 토목은 자연과 조화된 토목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문화의 눈으로 토목에 대해 단편적으로 조망해 봤다. 같은 토목이지만 지금 이 순간 어딘가는 변화하고, 또 다른 어딘가는 파괴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신안이나 고흥 등의 남도 섬들에 교각이 설치되면서 차로 쉽게 오갈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섬이 갖는 고유한 특성들을 점점 잃어간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대 토목기술에 의해 육지와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들은 세상과 세상을 잇는다는 긍정의 요소를 부인할 수 없다. 그 교각들로 인해 끊어졌던 사람들과 사람들이, 그 사람들의 마음이, 또 문명이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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