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종화 대가 ‘의재 허백련의 회화정신’ 계승

문화공간 탐구(개관 20주년 맞은 의재미술관)
1년 반 넘게 리모델링 거쳐 재개관…11월까지 기획전·강좌 진행
의재 발자취 서려 있는 곳…전시실·차실·세미나실·의재실 등 구비
의재 말년 보낸 춘설헌·묘소 등과 연계…지운 김철수 서예 전시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9월 28일(화) 16:45
(2021년 10월호 제101호=글 고선주 기자)

"광주시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의재미술관입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의 정신을 계승합니다."
포털에서 의재미술관을 검색하면 웹사이트 주소가 뜬다. 그곳을 클릭하면 만날 수 있는 문장이다. 물론 별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을 한다는 사진 몇장이 나오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의재가 갖는 미술사적 위치로 인해 그 무게감은 부인할 수 없다.
의재미술관은 허백련 선생의 호에서 차용됐다. 광주시 동구 증심사길 155(운림동 85-1)에 자리한 의재미술관은 한국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 선생의 삶과 회화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무등산 공원 내 등산로 길목에 조성룡 건축가와 김종규 교수가 공동 설계로 건립(11.17)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빛고을 광주에서 가장 자연친화적 미술관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의재미술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재 허백련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지가 희박해져 이치를 따져보면 왜 의재 허백련에 대한 기본 프로필을 알아야 하는 지 그 이유는 선명하다. 5·18이 40년이 지나가면서 왜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층이 느는 위치와 같다. 의재도 마찬가지다. 의재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미술과 미술 인근에 머무는 사람들에게나 의재가 근현대미술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의재 허백련의 기본 정보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의재 허백련은 전남 진도 출생으로 일본 메이지(明治)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1936년 ‘조선미술원’ 설립에 이어 1947년 광주에 농림기술학교를 세워 운영했다. 1955~1959년 국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1960년에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을 했으며, 1962년 문화포장을 수상했다. 무등산에 다원(茶園)과 농장을 하면서 도인풍(道人風)의 생활속에서 전통적인 남종화를 추구했다. 대표작으로 ‘매월도’(梅月圖), ‘산수도’(山水圖), ‘팔시팔경’(八時八景)등 다수가 있다.
또 의재는 무등산 자락 춘설헌에 머물며 작품활동에 매진했고, 자신을 따르는 후학들을 길러냈다. 후학들은 스승과 한 공간에 앉아 도제식으로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스승의 작업 모습과 그림을 대하는 태도 등을 그대로 익히고 배우기를 바라는 취지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술관 인근에는 의재 선생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공간들이 많다. 등산객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문향전’과 미술관 뒤 증심사 및 춘설헌 녹차밭, 그리고 의재 묘소까지 모두 의재미술관으로부터 200m 안팎에 자리하고 있다. 다만 문향전은 사비를 들여 정비를 앞두기 전이어서 방치된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 아쉽긴 하다. 이곳에 의재미술관이 들어선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을 터다.
잠시 의재미술관을 탐구하기 전 심세중의 ‘의재 허백련과 의재미술관-삶과 예술은 경쟁하지 않는다’(디자인하우스 刊)를 훝어봤다. 2001년 의재미술관이 개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간된 것으로 의재 허백련의 삶과 예술, 그림과 함께 의재미술관의 건축 풍경을 자연스럽게 겹쳐놓았다. 미술관 자체를 다룬 몇 안되는 교양미술서다. 순전히 의재라고 하는 이름 때문이다. 의재가 갖는 미술사적 위치가 자못 작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의재미술관은 의재로 인해 끊임없이 미학적 서사가 생산될 만한 곳으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새로운 건축 개념, 건축주와의 관계, 시공의 정밀함이 각고의 노력 끝에 커다란 완성도로 합쳐진, 보기 드문 건축물로 인식했다. 600평 정도의 건물이지만 내외부를 유심이 톺아보면 꽤나 알찬 건축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한국건축문화대상(대통령상) 수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에 1∼4전시실과 수장고, 차실, 영상실, 세미나실, 이벤트홀, 의재실 등을 구비했다. 탁 트인 유리로 외관을 처리해 무등산 자락의 풍경이 그대로 차단되지 않고 연결되는 듯하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는 건물들도 지은 지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처럼 낡아가기 마련이다. 20년이 지나면서 근래 미술관 시설 보강이 이뤄졌다.



의재미술관은 줄곧 의재의 손자이자 한국화가인 직헌 허달재 작가(의재문화재단 이사장)가 관장을 맡아 운영해오다 현재는 개관 이후 처음으로 외부 관장을 영입해 운영 중이다. 한국 고미술 전문가인 이선옥씨가 관장을 맡아 미술관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선옥 관장은 "광주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움으로 1년 6개월여에 걸쳐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를 시행해왔다. 미술관이 20년 되면서 낡아서 그동안 리모델링을 했다. 리모델링을 하느라, 또 코로나 여파로 인해 1년 6개월여 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고 들려준 바 있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 20주년이자 의재 탄생 130주년을 맞아 ‘문향聞香-인연의 향기를 듣다’라는 타이틀로 한 기획전시(9.2∼11.28)를 2부로 나눠 열고 있다.
1부 전시에서는 의재 허백련이 특별한 의미를 담아 누군가에게 그려준 그림과 글씨 및 흔히 말하는 쌍낙관을 한 서화 작품 등 35점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산수화를 망라해 사군자와 화조화, 글씨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시기별 작품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1940년 춘설헌의 전신인 오방정을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함께 농업학교를 만든 오방 최흥종(1880~1966) 목사의 회갑에는 그의 덕과 장수를 기원하는 ‘천보구여’(天保九如)를 비롯해 1960년대 어느 봄날 친한 친구인 석정 최경식의 식사초대에 선물로 가져간 ‘초춘보희’(初春報喜), 1954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 기증한 ‘일출이작’(日出而作), 1960년 새해 아침 동아일보를 위해 그린 ‘오월동주’(吳越同舟), 친한 친구이자 의재 그림을 도맡아 표구해줬던 완벽당 화랑의 주인 영사 최원택에게 준 ‘8폭 글씨병풍’이나 20m에 가까운 두루마리에 각 체로 쓴 서예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전시에서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로 의재 허백련, 오지호 등 지역의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막역하게 지낸 지운 김철수(1893~1986) 서예전으로 꾸며지고 있다. 출품작은 1982년 임술년에 감회를 담아 쓴 ‘적벽부병풍’, 1981년 옛 친구 의재 허백련의 시 ‘국화’를 쓴 작품, ‘누실명’(陋室銘), ‘다가’(茶歌) 등 25점이다. ‘늦게나마 고향에 내려와 다시 밭갈이를 하게 되었다’는 뜻의 호 지운 역시 의재가 지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운은 1977년 의재 사후에도 의재의 장손자인 직헌 허달재를 자주 찾아 마치 친손자를 대하듯 했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써줬다고 한다.
전시 기간 동안 의재 상설전도 제3전시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내고 있는 디자인하우스가 2전시실에서 3전시실로 올라가는 코너에 ‘의재실’을 설치, 운영 중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더불어 의재미술관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첫 번째 행사로 호남한국학 열린강좌 ‘근대호남서화 폭넓고 깊게 알기’ 프로그램을 오는 11월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 열린강좌는 전통회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을 초청, 전통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호남 서화가들까지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회사소개회사연혁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광남일보 등록번호 : 광주 가-00052 등록일 : 2011. 5. 2.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광주 아-00193 등록일 : 2015. 2. 2. | 대표 ·발행인 : 전용준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254 (중흥동 695-5)제보 및 문의 : 062)370-7000(代) 팩스 : 062)370-7005 문의메일 : design@gwangnam.co.kr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