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 소화… "크로마만의 작품 선보일게요"

예술기획(<55>프로젝트 크로마)
전남대 국악학과 학생들 모여 2018년 창단 활동
지난 여름 ‘시간의 공명’·‘몸짓’ 주제 공연 호평
‘굿’ 테마로 한 기획…"광주 대표 예술단 꿈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9월 28일(화) 16:49

(2021년 10월호 제101호=글 박세라 기자)


국악을 사랑한 청년예인들이 ‘판’을 깔았다. 학교에서는 해볼 수 없었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은 민주·인권·평화를 담은 역사적 메시지이기도 했고, 그 역사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연주에 실었고, 퍼포먼스로 풀어냈다. 청년들이기에 서툴더라도 거침없을 수 있었고, 불타는 열정에 실어낸 연주는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줬다. 주류 음악을 따르기 보단, ‘우리만의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프로젝트 크로마의 이야기다.
2018년 창단한 프로젝트 크로마는 전남대 국악학과 학생들로 이뤄진 단체다. 단체 탄생에 큰 공을 세워준 김상연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대표 김민철씨를 비롯해 대금·피리·해금·타악·작곡 부문 등 총 17명의 단원들이 한 마음으로 활동 중이다.
단체명 ‘크로마’는 진귀한 광물 ‘크롬’에서 따 왔다. ‘크롬’은 어떤 물질이 더해지는가에 따라 색이 때때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크롬처럼 어떠한 음악도 받아들여, 우리만의 음악으로 보여준다는 창단 의지를 담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크롬은 붉은빛이나 푸른빛을 띠기도 하고, 번쩍 광이 나는 은빛이 돌기도 하죠. 어떤 것이든 이내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새로이 발산하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어요. 우리의 예술 지향점이 이와 같죠. 우리 자체적으로, 우리만의 힘으로 새로운 음악을 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겁니다. 4년여간 늘 초심을 아로새기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이들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에 공을 들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을 ‘퓨전음악’으로 칼 같이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크로마 또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크로마는 어떤 ‘기류’를 타고, 유행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지양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곡이나 많이 연주된 곡들, 이전의 작곡가들이 남긴 곡들을 재해석, 크로마의 색을 담는다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쪽이다. 오히려 때 묻지 않은, 거침없는 청년들이기에 가능한 일일 터다.
특히 지난 여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인 ‘시간의 공명’은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단으로서 크로마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로 손꼽힌다. 작품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했다. 크로마는 80년 5월 광주를 더 이상 슬픔과 아픔으로 생각지 않고, 자랑스럽고 숭고한 광주정신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5·18을 매개로, 새로운 장을 열자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과거의 ‘그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남기려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남겨진 사람들 마음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들여다봤다.
"작품 중 ‘아우성’이란 곡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말처럼,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상처받은 자들을 위해 크로마가 대신 소리쳐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곡이예요. 무대 중간에 그분들을 기리기 위한 주문들을 외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죠. 우리가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몸소 느낀 계기가 돼준 공연이었습니다."
이어진 빛고을시민문화관 무대에서는 ‘All that Dance Chroma’란 작품을 올렸다. 인간의 원초적 언어수단인 ‘몸짓’이란 주제로 왈츠, 탱고 등 다양한 춤 리듬을 사용한 창작 공연으로, 이 공연 역시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실제 크로마는 ‘시간의 공명’ 공연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사실 이번 공연이 큰 반응없이 막을 내렸다면, 크로마는 여느 비영리단체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받아왔다. 허나 뜨거운 격려 속에서 크로마는 가능성을 봤다. 단원들의 사기도 올라, 그 어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다.
"지난 9월 사업자를 내면서, 정관도 만들었어요. 그 내용이 꽤 구체적이에요. 매달 두 번은 꼭 악기를 가지고 모이지 않더라도 단원들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 자체적으로 특강을 마련해 분야별 멘토들을 모시기로 한 것, 또 졸업생들은 2년에 한번 씩 독주회를 열기로 정했죠. 단원들 간 재출범의 의미를 다진 것입니다."
정관은 크로마 단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댔다. 자신들이 정체되지 않고, 또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굳건히 밀고 나갈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청년예인들만의 다부진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창단 이래 4년여 시간이, 일을 벌이기도, 또 쓴 실패를 맛보기도 한 시행착오의 과정이었다면 이후는 실력있는 예술단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예술의 힘은 정말로 위대합니다. 코로나19여파로 모두가 지쳐있는 때 특히 예술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고 봐요. 무대 위에서 예술인들이 느끼는 희열과 벅차오름, 그리고 관객석에서 건네지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만날 땐, 울컥할 때가 많죠. 언제 어디서나 예술의 힘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스며드는 그런 단체이고 싶습니다."
이들의 활동이 주목되는 것은 아이돌처럼 ‘유닛’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크로마란 이름으로 전 단원들이 무대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파트별로 나뉘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관악기 파트가 모인 ‘윈드앙상블 크로마’, 현악기 파트의 ‘스트링 크로마’ 등이 있고, 타악 연주파트만 모인 팀 활동도 계획 중에 있다.
앞으로 다루고픈 콘텐츠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 술술 풀어낸다. 전통 ‘굿’과 관련된 것이라 솔깃하다.
"우리나라에는 3대 굿이 있어요. 진도 씻김굿, 경기 도당굿, 동해안 별신굿이 그것들이죠. 굿이라는 게 샤머니즘적이고, 일반 대중이 접하기엔 내용도 그 형식도 사실 어려워요. 하지만 크로마는 ‘굿’을 각 지역이나 무속신앙적인 색에 가두지 않고, 대한민국의 땅 안에서 행해져왔던 하나의 예술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전통과 현대적인 창작곡 그리고 굿 요소에서 따온 퍼포먼스를 합해 ‘크로마만의 굿’을 기획 중에 있어요. 러닝타임은 한 시간 가량으로 잡았고, 이 시간을 관통할 수 있는 큰 테마를 잡는 게 중요한 일이겠죠."
앞으로 프로젝트 크로마는 이름에 담긴 뜻처럼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예술단이 되고자 한다. 누군가에 의한, 혹은 어떤 것으로부터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오직 크로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집중한다.
"대세를 따르거나, 기류를 타지 않는 팀이고 싶어요. 우리 자체적인 창제작 콘텐츠를 보여주다 보면 우리가 나아가는 바, 또 지향하는 바를 관객들이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자주 보더라도 늘 새로운, 늘 발전적인 방향으로 커 나가는 팀이 되고 싶어요. 묵묵한 그 길의 끝엔 광주를 대표하는 단체 프로젝트 크로마란 수식이 따라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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