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지 않는 시대지만 사람들의 마음 어루만지는 시 쓰겠다"

[광주작가] 목사 시인 김형미
종교적 사유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창작
송정제일교회 봉직…긴장감 유지하며 문학 활동
"모든 사물들에 있는 선 찾아내 시로 풀어낼 것"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6월 09일(목) 17:50
(2022년 5월 제108호=고선주 기자)그는 9남매로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당시 모두 가난을 천형처럼 안고 살던 시대, 그 역시 부유하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옛 사진을 보면서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했는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쳤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우리를 마음에 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나아가 아버지의 무게를 알게 됐다고 술회한다. 그는 2017년 계간 ‘열린시학’ 신인상에 당선돼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지난해 9월 펴낸 첫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수록작 중 ‘가까운 오지’나 표제 시문이 들어있는 ‘호주머니 속의 하늘’ 등은 아버지를 시화한 것들이다. 아버지를 초장에 꺼낸 이유다. 주인공은 목사 시인인 김형미(60·필명 김휼·대한예수교 장로회 송정제일교회 부목사)씨다.
그는 목회자와 시인의 삶을 넘나들고 있다. 그로부터 종교인이자 시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두루 들어봤다.
그의 시들은 일반 문학 문맥으로 해독이 가능하다. 신앙 쪽으로 기울어버린 경우가 허다하게 많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는 참 현명하게 문학의 길을 타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기도문 혹은 기도문에 버금가는 작품집으로 변질되지 않고 올곧게 문학의 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읽어내는데 전혀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분리수거’ 같은 시는 은근히 기독교적 사상을 투영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참삶을 살아야 분리수거 잘 되는 것이고, 하나님 앞에서 쭉정이 같은 삶이 가려진다는 취지의 작품이다. 아마 특정 종교의 교리를 무리하게 투영하지 않았기에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일반 독자들이 시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에게 시는 낯익은 것들과 낯선 것들을 넘나드는 존재다. 이를테면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하고, 낯선 것들을 낯익게 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그는 시의 묘미와 시 쓰기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런데 목사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을까 여겨진다. 문단에 목회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도문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일반 문학 문법의 범주 안에서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 시를 쓸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 물었다.
"목사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모든 사물을 살피는 일이고, 헤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있는 것들과 생명이 없는 것들까지 귀 기울여 보면 그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해요. 그럴 때 그들의 입이 돼 때로는 그들을 대변해주고, 그들의 속내를 헤아려 보기도 하는 것이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모든 것들에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목회자의 시 쓰기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이나 의식의 안쪽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올려서 불편한 감정들을 해소시키는 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시를 통해 치유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시를 쓰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자신 안의 슬픔이나 갈등을 시로 승화시켜 자칫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감정들이 어느새 내적 성숙을 가져오게 된 점을 시의 순기능적 요소로 꼽았다.
아나바다 행사에 참여한 김 목사(위) 교인들과 성경 공부에 나선 김 목사 (아래)

이런 김 목사에게 언제 시 쓰기를 잘했다고 보는지 질의했더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그 답을 대신했다.
"시골의 가난한 농부였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했었죠. 대부분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저희 아버지도 그랬고, 거기다 무뚝뚝하시고 다정하지 않으셔서 충족되지 않은 내 청춘의 결핍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시를 쓰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네요.
비록 살아계셨을 때 그것을 헤아렸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부재하지만 아버지를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된 게 시를 쓰면서부터예요."
보통 의사시인들에게 진료하면서 어떻게 시창작할 수 있지 하는 궁금증이 있듯, 목사시인들에게도 똑같은 궁금증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 답을 김 목사로부터 찾고자 했다.
목회자와 시인으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정의하는 기독교 안에서 본 문학과 문학 쪽에서 본 기독교는 비교적 선명하게 구분됐다.
먼저 기독교 안에서 본 문학에 대해 성경과 문학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예수님의 말씀은 많은 부분이 시의 구성 요소인 은유와 비유로 이뤄져 있다. 성경의 가장 가운데 부분을 차지하는 시편은 시로서 이뤄진 문학작품이라고 본다. 이처럼 기독교 안에서의 문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어 시를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을 견지했다. 이어 문학 쪽에서 본 기독교에 대해 기독교문학을 바라보는 문학인들의 시각은 호평적이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목사들이 쓰는 시를 하나의 기도문 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전환시킬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게 김 목사의 바람이다. 신앙인으로서의 영성을 가지고 인간이 경험하는 것들을 깊이 성찰해 시 안에서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학이 신에 대한 합리적인 탐구를 하는 학문이라면, 자신에게 문학 또는 시라는 장르는 사물 속에 신이 부여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목회자이자 시인으로서의 다짐을 잊지 않았다. 성경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고 했다. 목사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이 앞으로 해내야 할 과제는 시로서 그들의 자리에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우는 일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윤동주 시인처럼 작고 소외된 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향후 계획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죠. 일반인에게 멀어진 시를 읽게 하려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아울러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를 쓸 겁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의 질서와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모든 사물들에 있는 선을 찾아내 시로 풀어내고 싶네요."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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