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 된 춤, 살아있는 한 계속 추고 싶죠"

[신문화탐색] 한국무용가 박유리
무용수·기획자·안무가·교육자 등 활동
현재 한국무용과 공연 마케팅 접목 주력
누구나 무용 즐길 수 있는 환경 형성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6월 09일(목) 18:02
(2022년 5월 제108호=정채경기자)그의 춤에는 노력이 묻어난다. 정성을 쏟는 손 끝, 발 끝 하나 하나가 모여 유려하게 흐르는 그의 몸짓에는 우리 춤의 멋이 살아있다. 작은 체구이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 그의 춤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된 덕분이다.
춤을 출 때 기교를 덜어낸 채 깨끗하게 추려 한다는 한국무용가 박유리씨의 춤이다.
그는 스스로 넘치는 끼가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어릴 적에는 남들의 끼가 부러웠다고. 그러나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고, 거기에 맞게 춤을 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매해 깨닫는다고 한다. 최고가 되는 길은 멀고도 힘들기에 그저 묵묵히, 부단히 노력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만 기억돼도 만족하는 법을 깨우쳤다.
이런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12살 때 발레로 춤에 입문했다. 발레를 배우려면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가야 했는데, 왕복 2시간을 길에서 보내면서도 오가는 길 내내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무용을 시작하게 된 것은 중학생이 된 이후 한국무용가인 서영 선생을 만나고부터다.
"발레는 왜소한 체격에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중학교 때 무용에 대한 미련이 남아 부모님을 설득해 다시 시작했죠. 특별활동 시간에 무용부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한국무용을 접하게 되면서 버선처럼 생긴 코슈즈와 하늘하늘한 풀치마를 입은 선배들을 보면서 따라했어요."
그때부터 그는 한국무용에 매료돼 ‘태평무’와 ‘살풀이’, ‘승무’, ‘산조’, ‘처용무’, ‘부채춤’ 등을 섭렵했다.

서영무용단의 창단 공연인 2002년 ‘무사’에서 무대에 선 것을 시작으로 2004년 ‘하늘 춤, 땅 춤’, 지도위원, 2005년 ‘12월의 바다에 서서’에 출연했다. 2009년에는 ‘춤, 맥’ 지도위원과 ‘해설이 있는 무용’ 공연, ‘아리’ 지도위원을 맡는 등 바쁘게 보냈다. 그는 2013년까지 11년간 서영무용단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으며, 기획과 안무는 물론이고, 지도위원으로 단원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락 우리마당 금요상설공연 및 토요상설공연에서 ‘살풀이’와 ‘태평무’를, 노르웨이 그랜마스터조 썸머페스티벌에서 ‘부채산조’와 ‘태평무’를 각각 선보이는가 하면, 전국국민 생활체육 대축전 안무와 광주비엔날레 공식초청작 ‘부용산’, 6개 광역시 무용교류전, 전남도민체전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의 지도위원으로 잔뼈가 굵었다.
‘독립만세 89주년 기념 전국무용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제17회 광주무용제’에서 은상을 받은 뒤 이듬해 ‘제18회 광주무용제’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조선대에 재학할 당시부터 광주·전남지역 등 여러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각 대상 별로 무용을 가르친 게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수시립국악단에 들어가서는 매주 무대에 섰다. 그는 국악 파트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전통음악이 좋았고, MR이 아닌 직접 연주하는 선율에 몸을 맡길 수 있어서다. 춤이 돋보일 수 있게 해주는 한복 의상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적 음악 요소가 가득해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지는 게 우리 한국무용이죠. 의상도 예뻐요. 전통은 전통대로 고풍스러우면서 우아하고, 창작의상은 화려하면서 아름답죠. 제가 한국무용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어요."

공연 일정이 잡히고, 무대에 서기 전에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자’고 다짐한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 중압감을 견디기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연습에 매진했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스승이 알고, 삼일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이 있어요. 그 얘기가 맞죠. 그래서 연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꾸준한 연습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죠. 한국무용이 좋아 여러 무대에 오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작은 무대여도 매듭을 지었다는 생각이 정말 뜻깊었습니다."
그는 한국무용 전공자로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널리 알려졌으면 해 현재 한국무용과 공연 마케팅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전통을 알리는 공연을 기획해 선보여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게 어려웠던 경험에서 기인했다. 한국무용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 늘 고민이었다고 한다. 무대 레퍼토리에서의 임팩트와 공연 이외 이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무용가로서는 한계가 있어 마케팅 분야에 체계적으로 다가서기 위해 올해 박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또 누구나 어렵지 않게 무용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전 연령층을 위한 강좌도 열고 있다. 지난해 8월 광주 북구 운암동에 이름을 내건 교습소를 오픈, 무용의 흥미를 일깨우는 무료 강좌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 사람들이 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한국무용을 생각해낼 수 있도록 한국무용의 대중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복안이다.
잠시 무대를 뒤로 하고 연구와 교육에만 매달리다 보니 무대에 오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그다.
"수년 간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해서 무대를 향한 갈망이 지속되고 있어요. 가슴 속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게 있달까요.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 무용가로 제 춤을 선보여야죠."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도 춤과 함께 인생을 살아낼 것이란 계획을 들려줬다.
"춤은 제 삶의 일부예요. 제 춤을 본 사람들이 한번쯤 ‘춤을 추고 싶다’, ‘무용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살아있는 한 춤을 계속 추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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