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과 문화 이해…시각 확장 꾀해

예술인플러스] 콘서트 가이드 김이곤 예술감독
인문학+클래식 ‘오전 11시 음악산책’ 기획·선봬
올해 마지막 무대 마무리…유튜브 라라장터 운영도
"무대가 더 나은 삶, 이타성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6월 09일(목) 18:34
(2022년 5월 제108호=정채경 기자)공연장을 다니다 보면 브런치 타임에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유행어가 도는 요즘, 그만큼 저녁에 시간을 내 공연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갑자기 회사에서 일이 몰려 야근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보다 늦게 끝날 수 있으니까.
오전에 선보이는 ‘마티네 콘서트’는 아침, 오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탱(Matin, 아침)에서 비롯됐다.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지는 마티네 콘서트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음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회 다양한 레퍼토리로 클래식부터 가곡과 재즈, 탱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한 달에 한 번, 오전 11시. 누군가는 애매하다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마티네 콘서트’는 소중하다.
광주의 여러 공연장에서 마티네 콘서트를 개최해오고 있는 가운데 광주문화예술회관은 2018년과 2019년 ‘11시 클래식 산책’을, 올해 ‘11시 음악산책’을 타이틀로 무대를 선보였다.
인문학과 음악을 접목한 무대는 무엇보다 진행자의 해설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클래식이라는 범주에서 인문학과 연결지어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공연기획자인 김이곤 유클래식 대표가 있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콘서트 가이드를 자처하며 인문학이 더해진 클래식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 것이다.
그는 고정 팬층을 형성한 비결에 대해 "인문학 자체가 워낙 재미있는 분야이다. 미학과 음악을 함께 풀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신(神)권에서 왕(王)권으로, 드디어 인간이 시민(市民)으로 호칭되면서 신의 세계나 이상의 세계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인문예술의 소재가 됐죠. 때문에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는 게 재밌지만, 지금 우리의 삶을 그린 인문학은 당연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무대 중 유난히 광주지역에서 선보인 무대가 남달랐다는 그는 차이점으로 ‘광주 관객들의 리액션’을 꼽았다.
"다른 지역에서 선 무대에서는 분명 웃음이 터져야할 타이밍에 헛기침 소리만 나고 적막이 흘렀죠. 속으로 진땀을 흘렸는데, 콘서트를 마치고 내려오니 이 정도면 박장대소라고 하더군요. 그와 달리 광주에서의 공연은 웃음이 끊이질 않아 저도 모르게 해설할 때 더 신이 나서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공연이 끝난 뒤 한 관객이 로비로 왜 안 나오는지 묻기도 해 결국 무대 밖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 만남이 광주의 관객들과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올해 다시 만난 그의 무대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다. ‘이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면 이런 시선으로 다녀보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의 무대는 시 문학 이야기와 음악가의 삶을 조명한 무대, 화가와 연결 지은 테마였다면, 올해는 코로나로 지쳐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기라는 콘셉트로 무대를 꾸렸다.
지난 3월 선보인 올해 첫 무대에서는 ‘또 다른 세상의 창, 베네치아’라는 타이틀로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학, 미술, 음악을 망라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곡으로 알려진 비발디의 ‘사계’를 솔리스앙상블의 연주에 따라 계절 별로 설명했다.

척박한 도시를 소재로 삼은 ‘겨울’ 2, 3악장과 추운 겨울을 보내면 봄이 오듯, 부유해진 도시를 기반으로 탄생한 베네치아 화파의 색채와 연계해 들어보는 ‘봄’ 1, 2악장, 카니발과 가면 등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여름’ 2, 3악장, 누구나 한 번쯤 가보길 꿈꾸는 로망과 연결지어 ‘가을’ 1, 3악장을 들려줬다.
이어 올해 마지막 공연인 ‘보헤미안들이 사랑한 도시, 파리’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이라 일컬어지는 벨 에포크 시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더겐발스 뮤직 소사이어티와 오페라, 뮤지컬, 샹송, 실내악 등 다양한 음악을 무대에 올렸다.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비롯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 라벨의 ‘현악 4중주’ 2악장, 에릭 사티의 ‘짐페디 1번’과 ‘난 그대를 원해요’를, 샹송 메들리로 ‘고엽’과 ‘사랑의 찬가’를 각각 선보였다.
이같은 공연 기획은 그가 여행을 한 경험이나 독서, 영화 감상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이뤄진다. 거기서 받은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에너지가 공연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공연 기획 뿐만 아니라 공연 리뷰와 더불어 넓은 스펙트럼으로 음악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김이곤의 라라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연주회를 열고 클래식 선율을 들려주거나 음악 관련 영화,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무대에 설 기회가 줄게 되자 주변의 권유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클래식을 소재로 하는 음악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리뷰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현재는 그가 전달하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 주제에 따라 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이 소리의 아름다움 만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 너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감동이 배가된다는 생각에서다. 무대를 통해 사람들이 타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시각을 확장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예술은 예술가의 메시지입니다. 예술가가 언어나 문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예술을 택한 거죠.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감동은 삶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죠. 인문예술에서 감동받은 메시지가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무대를 통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고, 이타성을 실천했으면 합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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