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작가로 기억…시와 같은 회화 구축할 터"

[아트인] 서양화가 노은영
도시풍경 천착하다 자연 소재로 작품 변화 꾀해
서른살 때 터닝포인트 마련 감정과 시간에 집중
주제의식 의도적 표출 지양…10·12월 개인전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11월 06일(일) 16:01
(2022 10월 제113호=고선주 기자)그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은 것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나주혁신도시) 내 나주예술의 전당 오픈 전시(6.9~8.31)에 출품된 작품 ‘욕망의 숲’을 보고서다. ‘욕망의 숲’은 ‘이 다음은 무엇’과 함께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캔버스 한 가운데 실로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꿰맸는데 이런 사연을 들은 박헌택 TG영무 대표가 켈렉팅을 했다는 설명 때문에 더더욱 눈길이 갔다. 물론 그런 외연적 상황에 경도된 것만은 아니었다. 큰 터치 후 작은 붓으로 중첩시켰으며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마티에르를 크게 주지 않는 등 작품의 깊이가 탄탄했기에 유심히 들여다봤다는 이야기가 더 정확할 것이다.
광주 북구 두암동 소재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정확한 진실을 알게 됐다. 캔버스 가격이 많이 인상돼 절감을 위해 150호 두 개를 직접 짰을 뿐 아니라 양동시장에서 에코백 천을 구입, 그것을 이어달라고 해 잇댄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욕망의 숲’ 작업을 할 2020년 무렵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전언이다. 어려운 여건을 회피하지 않고 맞서면서 제작한 이면이 있었기에 작품의 깊이가 마음에 와닿은 것으로 이해됐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들이 수시로 펼쳐졌지만 이를 극복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가고 있는 광주출생 젊은 서양화가 노은영씨(33)가 그 주인공이다.
노 작가의 미술에의 입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악기로 오케스트라를 꿈꿨던 모친의 성화에 못이겨 피아노와 거문고, 가야금 등 악기를 두루 섭렵해야 했다. 그의 모친은 언니가 피아노를, 작은 언니가 바이올린을 했기에 자신 역시 음악을 하기를 희망했다. 작가는 악기들을 섭렵했지만 음악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술을 하기 위해 모친을 설득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중·고생 시절 방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어머니와 불통을 큰 이유로 꼽았다. 더더욱 집안 상황도 좋지 않아 그에게는 여러모로 불운이 겹쳤다. 하지만 중3 때 그린섬미술학원의 당시 박용환 원장이 그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기꺼이 제공했다. 당시 작가는 비뚤어진 시간을 보냈다. 박 원장은 이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렇게 박 원장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림을 제법 그린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이것이 그가 미술에 집중하게 된 계기다.
"미술학원에서 칭찬을 받으니까 아무래도 미술에 집중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처음으로 교과과목에 집중한 경우였죠. 그리고 나서 고교에 진학해 작가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할 정도로 미술에 집중하며 보냈고, 조선대 미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그의 미술인생에서 돋보이는 때는 대학 전후의 시기보다는 오히려 불과 몇년 전인 서른 전후다. 그 스스로도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다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작품에 변화를 꾀했던 무렵이어서다. 그의 데뷔는 2017년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아트폴리곤에서 가진 첫 개인전이다.
그가 구사한 도시 풍경 그림은 사람을 관찰한 결과물이었다. 가족을 사회에서 가장 작은 집단으로 본 그는 가족 안에 머물다 사회에 나가서 접한 것들이 빌딩의 모습 등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글같은 세계였다는 술회다. 여기다 재개발되고 있는 공간이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공간이 아닐까 하는 궁극의 생각에 도달하게 된 듯하다.
이로부터 그는 자연으로 전이된 생각들을 차분하게 관조하며 작업에 몰두한다.
'이 다음은 무엇’

"자연을 토대로 인간 사회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아픔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하는 셈이죠.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일상에서 많은데 제가 바라본 시간은 타고난 기질에서 기인된 것 같아요. 자연 소재의 작업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대화에서 고민의 지점을 살피죠. 말로 서로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아픔에 예민하다는 그는 말을 조심하는 한편,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감정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들려줬다. 예술가로서의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감정이 먼저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후자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게 단점인 줄 알았지만 작업에서 장점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빠뜨리지 않았다. 아울러 자연에서 제일 자유로운 자신을 봤다고. 자연의 세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다고 잊지 않고 언급했다.
이런 그는 작품에서 주제의식을 어떻게 처리할까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주제의식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주제를 노출하면 단순해지죠.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제 작업을 지켜보다 보면 이해될 것으로 봅니다. 풍경이 주는 편안함이 있으니까 주제 캐치를 안해도 될 거예요. 아픔을 쌓았지만 화가 자신과 관람객들은 황홀감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작업시 찬란하고 아름다우며, 경이롭고 환희가 느껴지는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이것이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는 인간의 죽음이나 세상살이, 또 작업에서의 인고의 시간이야말로 화면에서 느꼈을 때, 좋은 작업의 증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주제 의식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의 근거로 읽혔다.
특히 그는 도시의 삶이나 자연의 삶이 일치한다는 견해다. 서른살 이후 가족과 분리돼 자연의 품에 안겼다고 본다. 자연 생태계를 관할하다 보니 인간 역시 똑같다는 생각이다.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받으려 했는데 인간 세상과 같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생태학을 공부했는데 자연을 보며 호기심을 풀어갔고, 당당하게 조망했다고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진솔한 작가라는 답변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가식적인 사람이 많은데 꾸밈이 없고 진솔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저 또한 치장과 겉치레를 많이 해왔죠. 어느 순간 이런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솔한 순간들을 경험했기에 작업에서도 있는 그대로 이런 자세가 견지되면 좋겠습니다. 문학적으로 말하자면 시(詩)와 같은 회화를 구축해볼 거예요."
한편 노은영 작가는 10월 중 나주예술의전당에서의 제6회 개인전과 오는 12월 중 서울 인사동 소재 G&J갤러리에서의 제7회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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