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이들에 감동 선사하는 연주자 되고 싶어요"

[신문화탐색] 청년 바이올리니스트 남린
4살 때 바이올린 시작…금호영재 독주회 등서 두각
비엔나 인터내셔널 뮤직 경연 현악 최연소 1위 올라
17세 서울대 입학 내년 스무살 앞둬…감정 표현 주력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3월 08일(수) 18:02
(2022 11월 114호=정채경 기자)한 여자아이가 한 손에는 바이올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채를 쥔 채 서 있다. 고작 4살, 작은 몸을 꼿꼿히 세우고 연주를 위해 몇 시간째 서서 바이올린을 켠다. 악보 없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같은 곡을 반복한다. 지난해 17세에 서울대 음악과에 입학한 광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남린씨의 이야기다. 고교과정을 건너뛰고 대학교 합격 소식을 받아들었던 그가 벌써 내년이면 스무살을 앞둔다.
광주 남구 조봉초를 나온 남린씨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영재 독주회와 금호주니어 독주회 무대에 섰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다니는 한편,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9 비엔나 뉴이어 콘서트 인터내셔널 뮤직 경연’ 현악 부문에서 최연소 1위에 올랐다.
서울 예원학교를 수석졸업하고 서울예고에 합격한 그는 미국 유학을 위해 서울예고에 진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이 어려워지자 고졸 검정고시를 치렀다.
"꿈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멋지게 해내고 싶었죠.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학교 합격보다는 만점을 목표로 노력해서 유학이 무산됐을 때 당장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고교 졸업인정을 위한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해서 제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유학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검정고시를 치른 뒤 서울대에 입학한 그는 남들보다 빨리 대학 문턱을 넘었을 당시 마냥 기쁘기 보다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동기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여러 수업은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됐던 모양이다.
"새로운 곳에서 첫 걸음을 어떻게 떼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그런 걱정을 한지도 벌써 2년 여가 지났네요. 내년이면 벌써 3학년이 돼요. 제가 했던 고민들이 결과적으로는 저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죠."
그가 좋아하는 곡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과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어렸을 때 그는 우연히 바이올린 천재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첸카이거 감독의 영화 ‘투게더’를 접했는데, 그때 영화 삽입곡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다고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부와 명예를 버리고 기차역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해온 아버지를 위해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이다. 어렸을 적 접한 스크린 속 미장센과 함께 울려퍼진 차이콥스키의 곡은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곡으로 남았다. 생상스의 곡은 예원학교 3학년쯤 학교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각인됐다. 그는 악장과 협연을 맡게 됐는데, 친구들의 응원과 함께한 노력으로 부담감을 떨쳐내고 무대에서 떨지 않으면서 하모니를 선사한 기억 덕분이다. 브람스의 곡은 세 곡 중 최근에 좋아하는 곡 리스트에 삽입됐다. 웅장함, 그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돼서다.
이번 학기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솔로 뿐만 아니라 반주도 하게 돼 더욱 브람스 콘체르토에 애정이 간다는 설명이다.존경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이스라엘계 미국인 바이올린 연주자 이자크 펄만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앉아서 연습하면 자세가 무너진다고 들어서 오랜 시간 서서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은 소아마비를 앓아 앉아서 연주를 해요. 앉아서도 세계 수준의 기량을 보이며 하이포지션에서도 유일하게 낭만 비브라토를 구사하죠.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 단점을 장점으로 돋보이게 하는 이자크 펄만이 제 우상이자 저의 꿈입니다."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면서 그는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음악을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바이올리리니스트 로버트 굽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음악은 내제된 감정을 받아들이게 하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영감을 주며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 적이 있죠. 제가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던 이유와 같아요."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청중들의 귀는 정확하고 저 또한 완벽하게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나 ‘음악에 있어서 완벽함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테크닉도 뛰어나야 하지만 연주하는 사람의 감정이 함께 표현될 때 비로소 그 연주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음악 속에 이야기가 있게 연주하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면 작곡가가 그 곡을 작곡했던 시기에 어떤 상황이었고, 무슨 일을 계기로 그 곡을 쓰게 됐는지 작곡자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곡가가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 가장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의 연주를 들은 모든 분들이 제가 작곡가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는 연주자로 기억하기를 바라죠.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혹은 마음이 힘든 사람들처럼,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생인 남빈씨와도 자주한다고 한다. 남빈씨와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음악을 해서다.
그는 얼마남지 않은 올해 학업과 연주회 준비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위해 오랜만에 광주를 찾는다. 이어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무대에 서며, 내년에는 이음콘서트를 준비, 서울오케스트라와 장애인 및 비장애인을 위한 협연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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