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바꾼 아랑고고장구…삶의 활력 되찾았죠"

[예술인플러스]심미경 ㈔한국고고장구진흥원 광주 북구지부장
창시자 조승현 대표 타법 전수받아 2018년 지부 개설
심미경한마당 승승장구팀 결성 방송 및 전국행사 출연
요양원 무료 봉사 보람…"도전 용기 전하고 싶다"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5월 12일(금) 15:38
(2023 5월 120호=김민빈 기자)모래시계 모양의 잘록한 허리통이 인상적인 한국 고유의 타악기 장구. ‘채로 치는 북’이라는 뜻을 가진 장구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전통 악기 중 하나다. 한국 전통음악에서 장단을 치는 역할을 하며, 춤을 추고 연주하는 장구춤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구를 현대 감각에 어울리게 대중화시킨 ‘아랑고고장구’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퓨전 장구다. 신나는 리듬에 맞춰 역동적인 안무와 함께 장구를 치는 모습은 난타를 연상케 한다. 트로트면 트로트, 팝송이면 팝송, 4/4 박자 모든 음악 장르에 쉽게 소화할 수 있어 악기를 다룬 경험이 없는 사람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다.
8년 전 아랑고고장구에 푹 빠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이가 심미경 (사)한국고고장구진흥원 광주 북구지부장이다. 그는 2015년 40대 후반의 나이에 우연히 본 품바 공연을 통해 아랑고고장구를 접하게 됐다. 무대 위에서 모든걸 내려놓은 채 흥겹게 노는 사람들을 보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국 사람들은 가슴에 한이 맺혀있다고들 하잖아요. 아랑고고장구는 힘차게 가락을 치면서 내 안에 쌓여있는 것들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게 큰 매력이죠.”
이전까지 조그마한 사업을 운영하며 평범한 주부로만 살아왔던 그는 아랑고고장구를 만나 180도 달라진 삶을 얻었다. 원래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표현에 서툴던 그였다. 내성적인 성격에 평생 악기 한 번 배워본 적 없던 그가 무대 위 공연자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아랑고고장구의 마법과도 같았다. 조금씩 다른 사람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위 사람들도 놀랐다. 성격이 무뚝뚝한편인 두 아들은 공연을 보러와 객석에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줬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제가 많이 변했다고 해요. 저 스스로 많이 당당해진 걸 느끼죠. 장구는 마치 제 삶을 바꿔주기 위해 운명처럼 다가온 것 같아요.”
그는 아랑고고장구의 창시자 조승현 대표가 운영하는 경기도 광명의 본원을 수년간 오가며 아랑고고장구를 전수받았고 2018년 4월 광주 북구 신안사거리에 (사)한국고고장구진흥원 광주북구지부를 개설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사)한국고고장구진흥원 분원만 100여 개가 넘는 가운데 그가 운영하는 광주북구지부는 9번째로 설립됐다.
북구지부에서는 아랑고고장구 단계별 클래스를 운영한다. 초급부터 중급을 거쳐 상급반이 있으며, 기본타법과 자세 및 동작 이수자에 한해 3개월 동안 포인트 타법과 오프닝 안무 등을 가르치는 속성반, 특정 노래에 맞춘 안무와 타법을 적용한 작품 티칭 클래스인 작품반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자격증반이 있다.
아랑고고장구 회원들의 주 연령대는 50~60대다. 가정주부나 직장인, 은퇴 후 취미거리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다이어트는 물론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갱년기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증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 지부장의 생애 첫 무대는 제자들과 함께 준비한 ‘2018 광주시협회장배 레크리에이션대회’다. 북구지부의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회원들과 밤낮으로 연습해 대회를 준비했고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심미경한마당 승승장구팀을 결성해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무대에 서왔다. 2019년 조선대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MBN ‘나야나’ 등 인기방송에 출연할 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와 콘서트 등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8월에는 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사)코리아문화재단이 주관한 ‘제1회 생활체육 온고지신 창작경연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주요 레퍼토리는 김연자의 ‘무조건 광주로’, 영탁의 ‘찐이야’ 같은 인기 트로트 또는 전국 어디에서나 즐겨 부르는 ‘목포의 눈물’, ‘월드컵 송’ 등이다. 각 음악에 어울리는 장단과 안무를 창작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 회원들에게 전수하고 다 같이 공연을 다닌다.
아랑고고장구를 배우기 위해 전국 팔도를 수소문해 찾아다녀야했던 이전과 달리 요즘에는 유튜브를 보고 지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아랑고고장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커졌다.
심 지부장은 2020년 4월 더 나은 공간에서 회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운암동에 위치한 100여 평의 넓은 장소로 지부를 옮겼다. 몇 년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사태가 완화되면서 차츰 회원들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수업을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툭툭 던지는 농담 한 마디에 회원들이 한바탕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아랑고고장구를 만나기 전과 후의 놀라운 변화는 심 지부장 뿐 아니라 회원들에게도 나타났다. 모두의 얼굴 표정이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밝고 활기차졌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회원들과 기쁨도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있나 싶어요. 회원들에게는 항상 틀려도 자신있게 틀리고 위축되지 말라고 하죠. 아랑고고장구는 다함께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무대 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소라고 강조합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요양원이나 병원 등 평소 공연을 접하기 힘든 문화소외계층에 봉사를 갈 때면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가슴이 벅차 눈물짓곤 한다. 하늘에서 천사들이 왔냐면서 손을 잡고 안 놔주는 어르신들도 있다. 관객이 크게 호응해주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을 두려워하는 중장년층에 ‘나도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는 것. 그는 나이 또는 신체적인 장벽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랑고고장구라고 강조했다.
“아랑고고장구는 음치나 몸치도 배울 수 있는 악기예요. 이전에 악기를 전혀 다뤄보지 않은 저도 이렇게 하고 있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런 생각을 바꿔주고 싶어요. 100세 시대가 된 지금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아랑고고장구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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