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월 123호=글 정채경 기자)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문화예술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할 정도로 심각한 침체기를 겪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문화기반시설이 휴관하거나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해 문화예술 공간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데 적신호를 맞았다. 특히 마스크를 쓰면 연주가 불가능한 관악기 연주자들은 이 시기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음악을 선사할 무대가 전부인 이들에게 음악을 연습할 기회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이처럼 어려웠던 때 광주·전남지역에 창단한 연주단체가 있다. 젊은 금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한 연주단체 ‘광주 브라스 콰이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활동을 시작했다. 금관악기 연주자들로만 구성된 연주 단체여서 금관악기의 웅장한 사운드와 특유의 힘있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재즈와 대중가요, 영화 삽입곡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곡들을 직접 편곡, 악보를 자체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이유신 음악 감독과 장현용 리더가 중심이 돼 단체를 꾸린 이들은 시립예술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연주자들이다. 구성원은 트럼펫에 이유신 오창훈 노학종 김희수, 호른에 장현용 박다경, 트롬본에 김윤정 홍성혁, 튜바에 장현성 방은혜, 타악에 오미정씨 등으로 광주·전남지역 대학교 혹은 대학원을 나왔거나 이곳에서 출강하고 있다.
이들은 초창기에 매달 내는 회비로 운영해오다 이후에는 연주하고 받는 개런티와 여러 사업 지원비로 다음 연주비를 충당해왔다.
이들은 구성원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연주를 하려고 한다. 연주자가 만족한 무대는 청중들이 좋게 들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함께 어우러지는 연주를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무대가 마치 해피엔딩으로 끝난, 멋진 액션영화 같았으면 하죠. 관객들이 금관악기의 시원스런 소리와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즐겼으면 합니다. 소통이 잘 된 무대야말로 최고의 무대겠지요.”
광주 브라스 콰이어는 금관악기의 매력으로 ‘대중성’을 꼽았다. 악기 자체만 보면 생소하다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금관악기의 연주를 접할 경우 누구나 그 소리를 익숙하게 받아들여서다.
“어벤져스의 전투 장면이나 최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의 등장 장면, 예전 영화에는 스타워크 도입부와 다스베이더의 등장씬 등 금관악기의 소리들이 영화를 보다 극적으로, 강렬하게 만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음악에 금관악기의 비중이 높은 거죠.”
레퍼토리를 구성할 때는 어떤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는가를 생각한다. 금관악기가 모든 음계를 다 연주할 수 있게 된 게 다른 악기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에 낭만 이후 현대곡들을 많이 연주하고, 대중음악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한다.
구성원들끼리 합을 맞추기 위해서는 편곡해 악보 제작을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각각 기량을 높인 다음 함께 모여서 연습하는 게 성공적인 무대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로 연습을 독려하기도 한다.

마음 편히 만나서 연습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렇게 창단 무대를 준비해 이듬해 선보인 창단연주회에서 관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2021년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은 ‘The First’에서는 클래식 연주자들의 주전공을 마음껏 표현하는 클래식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 코로나 여파로 현장에서 즐기는 공연에 목말랐던 이들에 가뭄의 단비가 됐다.
이듬해 펼친 광주문화재단 월요콘서트 ‘광주 브라스 콰이어와 함께 흘러간 시간속으로’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장의 특성을 살린 공연을 기획해 단체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무대를 꾸린 금관악기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공연을 선보인 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감동후불제 티켓 판매액이 월요콘서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광주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무대를 꾸렸다. ‘해설이 있는 낭만 브런치 낭만 브라스’라는 타이틀로 지난 5월에는 북구문화센터, 6월에는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무대를 각각 선보인 데 이어 7월5일 서구문화센터, 16일 노대동 호수공원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대중의 귀에 익숙한 영화 음악을 마이크나 음향시설 없이 금관악기의 풍부한 선율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브런치 콘서트에서 영화 음악을 들은 한 관객분이 저희 팸플릿에 감상평을 적어주셨어요.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바람도 써주시면서 ‘왜 자주 공연하지 않느냐’고, ‘다음 연주를 기대하겠노라’고 하셨죠. 그 말에 그동안 기획하면서 고생했던 게 떠오르며 힘들었던 것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꾸준히 레퍼토리를 연구해 또다른 연주회로 관객들을 만나야죠.”
이외에도 금관5중주, 로우앙상블 등 공연의 상황에 맞게 변화해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광양 사라실 예술촌과 협업해 초등학교를 찾아 연주와 수업을 하고, 학생독립운동기념연주회와 광주음악제,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청중들과 만나고 있다.
현재 아마추어 금관 연주자들과 선보일 콜라보 콘서트, 실내악 시리즈로 금관 5중주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매년 마련해온 야외콘서트 형식의 팝스 콘서트 및 찾아가는 음악회도 기회가 될 때마다 성심껏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광주 브라스 콰이어는 청중들에 지지를 받는 금관 앙상블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유로운 색깔과 구성으로 기획연주를 하는 것을 바탕으로 광주·전남 금관악계 미래 금관악 연주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로 성장해야죠. 광주 브라스 콰이어는 항상 기대 이상의 연주를 보여주는 단체로 청중들의 기억에 각인됐으면 좋겠어요. 더욱 노력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금관 앙상블팀 광주 브라스 콰이어가 되겠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